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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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발달로 우리는 어떤 사건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마녀사냥식으로 순식간에 그 사건이 퍼져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제시된 내용을 진위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누군가를 함께 비난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그 사람을 조리돌림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억울함에 목숨을 끊기도 한다.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이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흔히 피해자라고 밝히며 사건을 고발한 이의 말을 더 신뢰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를 극한으로 몰아간다. 설령 나중에 그것이 거짓이라고 밝혀져도 당했던 이는 그 고통 속에 영원히 놓이게 되지만 회복의 과정은 쉽지 않고 온라인 상에서도 이제는 다른 사건에 사람들의 시선이 옮겨가면서 명예회복이나 사실을 바로잡기에는 이미 늦어버린다. 

그래서 요즘은 중립에 놓고 더 지켜보자는 말도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온라인에서 여론 조성을 통해 이슈화 시킨다는 점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다 확실한 정보가 나오기 전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최대 라이트노벨상 ‘인터넷소설대상(제9회)’수상작이자 밀리의서재 밀리로드 1위를 차지한 『A하라 죽이기』를 보면 딱 이런 상황이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아 만약 내가 지목된 A하라가 된다면 정말 죽고 싶어지지 않을까?


실력 좋은 웨딩 플래너로 성실히 자신의 삶을 살며 퇴근 후에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아이하라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어느 날 온라인 상에서 그녀가 누군가의 한번 뿐인 결혼식을 제대로 망쳐버린 웨딩 플래너라고 지목되면서 평범했던 아이하라의 삶은 지옥처럼 변해버린다.

자세히 보면  실질적으로 그 일을 담당했던 미노라는 인물의 무책임한 행태, 그리고 실력부족을 넘어 안일한 태도는 웨딩 플래너로서 자질이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상사는 마치 아직은 배우는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음으로 치부한 채 미노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애초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따끔하게 혼내서 제대로 가르치던가 아니면 담당자를 교체했어야 하지만 상사 역시 너무 안일했던 것이다.

결국 결혼식 당일 모든 것에서 부주의와 안일함의 결과로 문제가 발생하고 겨우 결혼식을 마무리되지만 이후 피해를 입은 부부가 친구와 함께 나타나 이 문제를 제기하던 중 화살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과 무관하다시피한 아이하라에게 책임이 돌아가면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애초에 책임을 져야 할 미노 역시 은근히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사 역시 심각성을 모른 채 분위기에 휩쓸려 아이하라가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되고 그녀로 인해 결혼식이 엉망진창이 된 것으로 결론이 나버린 것이다.

정작 그녀는 이 상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은 일파만파 온라인 상에서 퍼져나가고 A하라로 불리는 가해자가 되어 마녀사냥을 당한다. 그녀의 신상이 털리게 되고 사진까지 공개된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불과 며칠 전 김포의 한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들로 민원을 넘어 신상 공개로 인해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실질적으로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이다. 

사람들은 제대로 진실을 파악하기도 전에 동조해서 함께 조롱하고 악성 댓글을 하며 당사자를 비난한다. 무고죄이며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심각한 범죄임을 자각하지 못한다. 

너무나 현실감있는 이야기다. 온라인 상에서 어떤 식으로 여론이 조성되고 익명의 힘으로 어떻게 마녀사냥이 이뤄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라 보면서도 아이하라와 같은 상황이라면 과연 버텨내 재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한 전개과정들이 오히려 하이퍼리얼리즘을 표방한 일상 스릴러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놀라운 작품이라 사전 연재 당시부터 왜 그렇게 화제였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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