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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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니 마치 외계생명체의 지구 침공 같은 말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거슬리는 단어라면 보통은 '생명체'라고 할텐데 이 작품은 '생물체'라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물이란 무엇인가? 동식물과 식물을 모두 아우르는 것인데 이 책은 바로 그 생물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저자가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에 이어 2023년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님이기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갔던게 사실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SF연작소설이라는 점인데 무엇보다도 해양생물들을 주제로 한다길래 과연 이런 주제로 어떻게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낼지 너무나 궁금했던것 같다.

 

 

작품에서는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라고 하는 총 여섯 종의 해양생물이 목차로 열거되는데 작품 속의 나와 남편인 위원장은 이런 말하는 해양 생물과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존재들에게 잡혀간다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동시에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뭔가 장난 같기도 하지만 그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지극히 작가의 경험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부분부분 느낄 수 있게 한다. 

 

아마도 작가에 대한 검색을 좀더 한 뒤에 이 작품을 본다면 그동안 작가님이 활동한 여러가지 일들과 이 작품 속 이야기들이 이어져 더욱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실제 작가님이 시위에 참여한 바 있는 강사법 개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 「문어」이며 「대게」는 진짜 러시아산 대게가 러시아어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데 무려 예브게니라는 이름도 알려준다. 이런 예브게니를 통해 작가님은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에 따른 해양 생태계의 오염과 파괴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어」는 남편과 어머니가 동시에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알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 산업 등과 관련해 있고 이것이 마치 미스터리처럼 그려지기도 해서 흥미롭다.

 

「개복치」는 나와 남편이 핵심이라기 보다는 남편의 조카인 선우라는 어린이와 개복치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으며 뭔가 환상 동화 같은 분위기라 인상적이다. 「해파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하고 이로 인해 부당해고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과연 이들의 이야기에 해파리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를 기대하게 되는 묘미가 있으며 마지막 「고래」는 구룡포와 원전 폐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전적인 SF소설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작가님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다양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해양 생물들을 투입시켜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어 작가란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어찌보면 상당히 딱딱할 수 있는 국내외 사회, 정치외교, 국제 관계, 해양 생태계 문제 등에 대해서 이런 방식으로도 충분히 이슈화할 수 있고 관련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분명 작가님의 개인적 경험이 담겨져 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한편으로 보면 이 작품은 해양 생물 생존 위기와 해양 생태계의 오염과 파괴에 좀더 큰 메시지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 또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에 목소리를 낼 때 조금이나마 대중에게 그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 이상으로 놀라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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