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곧 60살을 바라보는 나이인 58세의 스미코. 결혼전에는 직장에 다니기도 했지만 결혼과 함께 직장은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 남편과 두 딸들을 돌보며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현재는 딸 둘은 독립을 하고 집에 남편과 둘이 남았지만 여전히 삶은 어딘가 모르게 남편에 맞춰있다.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보다 남편이 먹고 싶은 걸로 하는 그녀. 만들어 먹자면 못할건 없지만 남편은 잘 먹지 않는 음식을 나 먹자고 조금만 따로 만들자니 그건 또 귀찮다. 뭔가 답답한듯 하면서도 또 상당히 이해가 되기도 하는 장면이다. 

 

그런 스미코가 저녁 장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편함에서 상중엽서를 발견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상을 당한 경우 연하장을 보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때 11월 즈음에 '올해 상을 당해 연하장을 보내지 못한다'는 엽서를 보내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뭔가 이런 걸 미리 엽서로까지 알려서 자신이 연하장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를 알리는 것이 일본 특유의 문화인가 싶어 참 묘하다. 

 

 

아무튼 나이가 나이다 보니 이젠 부모님이 돌아가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싶다고 생각하며 엽서를 들고 집으로 와서 확인한 스미코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낼 정도로 놀라게 된다. 그곳에는 지레짐작으로 친구 마사요의 친정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중 한 분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마사요의 남편 신이치가 58세의 나이로 영면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리고 든 감정이란.... 

 

'…… 부럽다.(p.8)'

 

난데없이 솟은 감정에 스스로도 놀라게 되는 스미코다. 시대가 변했고 여성의 지위도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출산과 육아에서 여성이 희생해야 할 부분을 무시할 순 없다. 이는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우리 어머니 세대는 더 했을 것이고 그럼에도 여러 이유로 이혼을 한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순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일본도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황혼 이혼이 유행하다시피 했을까? 자식들의 결혼까지 함께 살던 부부가 그 이후 이혼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부모로서의 마지막 책임은 다하고 그 이후에는 본인의 삶을 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스미코는 왜 혼자가 된 친구가 부러웠을까?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지도 빚을 지게 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혼이 하고 싶어진 스미코. 남들이 보면 그게 이혼 사유가 되나 싶을수도 있는 스미코만의 이유. 하지만 평생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를 따라, 그리고 보통의 남자가 여성을 대하는 삶을 살아 온 스미코가 느꼈을 결혼이라는 속박이 참 미묘하다. 

 

그래서 어찌보면 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유일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스미코의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들 또한 지극히 현실적이라 과연 스미코가 꿈꾸는 자신만의 자유를 향한 목적을 위한 방법으로써의 이혼을 스미코는 이뤄낼 수 있을지와 함께 그녀의 삶에 더욱 몰입하며 읽게 되는 작품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