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붉은 궁』은 한국출신이 캐나다 작가가 쓴 1758년 조선의 궁궐 내 미스터리, 그리고 혜민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작가의 전작이 『사라진 소녀들의 숲』으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허주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고 『붉은 궁』을 통해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했다고 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의녀로 등장하는 현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형조판서였지만 어머니가 기생 출신으로 어머니의 출신을 따라 천한 신분으로 분류된다. 그런 현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 속 욕망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신분상승으로서 의녀가 되어 그 실력을 인정받고자 했던 것이다. 

 

혜민서에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의녀가 되었고 그런 현의 은인 같은 존재가 바로 정수 의녀이다. 그런 정수 의녀가 어느 날 밤 혜민서에서 발생한 네 명의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정수 의녀의 평소 성품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맞물려 현은 궁궐 내에서 세자빈의 부름으로 세자의 처소로 부재중인 세자를 치료한 것처럼 꾸민 일종의 거짓말에 동참하게 된 상태이다. 

 

과연 세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후 세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그저 정수 의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했던 현은 이 사건에 왕실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혜민서에서 정수 의녀가 용의자로 잡혀가던 때에 우연히 그 대화를 듣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위기에 처하지만 그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오게 되었는데 훗날 그가 무려 종사관이라는 신분을 가진 어진이란 인물임을 알게 된다. 

 

정수 의녀 역시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 세자를 둘러싼 의문, 궁궐 내 서로를 향한 염탐이 존재하는 긴밀한 분위기 속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현 역시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지만 현은 정의를 향한 조사를 멈출 수가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서 언급된 세자가 바로 조선왕조에서 세자로 책봉되었다가 왕이 되지 못하고 죽었던 그 유명한 사도세자이다. 실제로 사도세자를 둘러싸고 정신병력이 있었다는 말도 있고 그가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말도 있다. 그로 인해 왕이였던 영조조차 이를 그냥 넘길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세자를 심문할 수도 없고(이건 왕실 존속과 관련해서도 상당히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살인자로 결론이라도 내려지면 훗날 정조가 될 사도세자의 아들이 왕위로 오르는 데에도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였다는 점에서 뒤주에 가뒀다는 설도 있다. 

 

작품은 바로 이 사도세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도세자가 사라진 어느 날 밤의 조명하며 바로 그때에 발생한 네 건의 살인사건을 흥미롭게 풀어나가는데 여기에 조선시대 신분제도 속 능력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사람들, 그럼에도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과 자신의 꿈을 저버리지 않았던 현과 어진의 이야기도 전개되는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결합된 뛰어난 가독성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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