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는 리플리 리플리 5부작 1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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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를 먼저 보았고 이후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를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원작을 본 경우인데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대표작 『리플리』시리즈가 을유문화사를 통해 통 5권의 시리즈로 재출간 되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36년에 걸쳐서 완성한 작품으로 범죄소설의 고전이자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독점 출간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을 것이다. 

 

총 5권의 리플리 시리즈 중 1권은 『재능 있는 리플리』이다. 제목의 '재능 있는'이라는 표현이 뭔가 이중적인 느낌도 든다. 이는 표지 속 인물의 묘하게 엇갈리듯 겹쳐지는, 그러면서도 마치 2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은 남자의 얼굴과도 어울리는데 리플리 증후군을 생각하면 톰 리플리가 진짜 자신에서 점차 디키 그린리프와 동일시하게 되는 순간을 딱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톰 리플리가 운명의 순간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가 그려진다. 사실 리플리는 불안한 신분의 냉혹한 현실에서 보자면 보잘것 없는 존재이지만 이탈리아에 있는 자신의 아들을 찾아달라는 허버트 그린리프의 제안을 받음으로써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현실을 벗어날 기회로 이탈리아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디키를 이탈리아에서 데려오는 조건으로 사례금을 지급받기로 했지만 디키는 애초에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극히 한량 같은 모습, 그를 꼭 데려가야 했던 초조함을 안고 있는 리플리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디키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결국 그 초조함은 상식을 넘어 살인으로 이어지고 디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신이 사람들을 속여 디키가 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재능이 많다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을 속이려다 자신마저 속여버리고 결국 자신이 디키라고 생각해버리게 되는 리플리의 모습, 그러면서도 전형적인 사기꾼의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을 다루는데 능숙능란하지 못한 모습이 과연 리플리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가 크루즈를 타고 이탈리아로 향하고 그곳에 도착에 디키를 만나고 그와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새삼 둘 사이에 자리한 계층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어떻게 보면 디키는 원래부터 그런 삶을 살았기에 리플리를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리플리 역시 그가 보여주는 행동을 자신의 살아왔던 삶의 기준으로 보았기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점차 디키의 삶을 동경하게 되고 조금씩 그의 삶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결국엔 자신과 동일시하는 모습은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워너비를 향한 솔직한 욕망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어느 정도 선에서 컨트롤할 수 있느냐, 아니면 어느 순간 동일시를 넘어 완전히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버리게 되는 순간으로 넘어가느냐의 차이인데 리플리의 이야기를 보면 상당히 철두철미해 보이면서도 그가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를 아는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연극이 언제, 어디에서 탄로가 날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영화도 분명 재미있었지만 이렇게 원작으로 다시 보니 디테일한 부분에서 좀더 리플리의 심리와 행동을 볼 수 있었던것 같아 영화를 보신분에겐 더욱 원작을 추천해주고 싶다. 참고로 만약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면 개인적으로는 <태양은 가득히>에 좀더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도 덧붙여 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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