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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평점 :
어머니가 해주시던 한 끼를 당연하게 받아 먹던 시절에는 그 한 끼를 차리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시는 것인지 몰랐다. 이제는 내가 나의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차려내고 보니 누군가가 나를 위해 차려주는 밥상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것 같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밥상은 배고픔을 해소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추억이였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다들 집밥이라는 것에 로망이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 이번에 만나 본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을 보면 그런 정성어린 한끼의 힘, 그 힘을 통해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상받고 치유해나가는 이야기가 잘 그려지고 있어서 따뜻한 느낌마저 묻어나는 작품이였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인 에밀리는 부모님이 어릴 적 이혼을 하셨고 어머니는 자신을 제대로 보살폈다고 할 수 없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에밀리는 마음 속의 공허함도 함께 키워갔던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고팠을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랬기에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부적절한 만남으로 결국 배신 당하고 모든 걸 잃고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떠안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상대가 에밀리를 작정하고 속였다 하더라도...
결국 에밀리는 갈 곳이 없는 상황 속에서 10년도 넘게 연락을 끊다시피 살아 온 외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된다. 이때의 에밀리를 보면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자 정말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 보여 마음이 짠해진다.
그렇게 찾아가 외할아버지 집에서 에밀리는 조금씩 마음의 치유를 얻고 안정을 찾아간다. 표지를 보면 단발머리의 여성 옆에 백발의 노인이 나란히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얼핏 봤을 땐 손녀와 할머니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할아버지다. 에밀리의 유일한 의지할 곳인지 외할아버지.
자신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니, 에밀리에겐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보살핌과 애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에밀리에게도 전해지고 또 바닷가 시골마을의 푸짐한 인심과 사람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처음에 너무나 낯설었던 에밀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들의 호의를 호의를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 사랑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에밀리는 외할아버지 댁으로 와서 사람들을 통해, 외할아버지의 음식으로 치유받게 되는 것이다.
외할아버지가 해주시는 다양한 음식들의 향연은 에밀리의 향한 애정의 표현일 것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 이렇게 음식을 해준다니 진심과 애정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잔잔한듯 하지만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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