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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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이상의 나이차를 보이는 두 여성 작가, 이선희과 천희란. ‘소설, 잇다’의 세 번째 책 『백룸』을 통해 두 여성 작가의 콜라보가 선보인다. 근대를 살았던 여성 소설가와 현대를 살고 있는 여성 소설가가 각기 다른 시대 속 그러나 자신이 살았던 시대 속 여성의 삶과 그녀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가의 만남만큼이나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선희 작가의 작품 속 여성은 확실히 시대적으로 여성의 자아보다는 가부장제 속 하나의 부속품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계산서」와 「여인 명령」에서도 그런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비단 이런 모습에서만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을 당찬 모습도 보여주는데 「계산서」라는 제목의 작품도 그렇고 「여인 명령」이라는 작품 역시도 여성이지만 자신이 원하고 필요한 것에 대해서 당당히 요구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여인이 남편과의 사이에서 애정이 식고 신의를 잃어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자신이 잃은 다리의 댓가로 남편은 과연 무엇을 잃어야 하는가를 두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일견 섬뜩함도 느껴지지만 그런 생각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계획된 일종의 계산서처럼 묘사되는 부분으로 가기까지의 주인공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여인 명령」에서는 신여성으로 그려지는 숙채가 등장시켜 유원과의 관계 이후 그녀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고 또 어떤 삶들을 겪는지를 보여주는데 두 작품 속 여인의 삶은 확실히 남자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보여주지만 고전적 성역할에 머물러 있지 않는 모습은 신선하게 보여진다.
 


천희란 작가 소설 「백룸」을 선보이는데 게임 스트리머인 주인공을 통해 그녀가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처한 특수한 관계들 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가 겪는 난감한 문제적 상황, 그 상황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결코 큰 계기가 아니였음을 보여줌으로써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겪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혼란 그리고 그런 현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그려지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우리는 이다음의 지옥도 찾아내고 말 테니까」는 이선희라는 작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에세이로 분량은 비교적 적은데 읽다보면 에세이라기 보다는 평론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이선희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녀가 추구하고자 했던 작품 세계, 그녀의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와 문학적 의의를 짧게나마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처럼 ‘소설, 잇다’의 세 번째 책 『백룸』은 시대를 달리하고 세대가 다른, 근대와 현대의 두 여성작가가 그려내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수록된 작품 자체도 흥미롭지만 기획 의도 역시 의미있었던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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