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대로 가업을 이어 사업은 번창하고 있고 마을에서는 신망이 높아 인정도 받으며 이제는 자신들의 대를 이어서 가업을 운영할 아들 고헤이까지 있으며 그 아들은 며느리인 소요코와 결혼해 다시 손자 나유타을 두었으니 부모이자 도자기 점을 운영하는 도키야 킷페이의 사장 부부인 사다히코와 아키미 내외 입장에서는 더이상 바랄게 없다. 

 

다만, 자신들과는 달리 아들 내외는 따로 나가 살고 있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업을 잇는다는 책임감은 있으나 독자라 그런지 다정함은 없고 손자 역시 낯을 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어딘가 며느리도 서먹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할머니의 기일을 맞아 손자를 데리고 친정에 간 날 소헤이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칼에 찔려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노부부에겐 불과 몇 시간 전 멀쩡히 가게를 나선 아들의 죽음이 충격일 수 밖에 없는데 이후 그 범인이 과거 며느리와 사겼던 사람이며 며느리가 그 사람에게 스토킹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가운데 범인은 잡히고 재판은 착실히 진행되며 졸지에 남편을 잃은 소요코는 사다히코의 제안을 받아 시부모 댁의 비어있는 2층으로 나유타와 거처를 옮기고 남편을 대신해 가게 일을 돕게 된다. 

 

그렇게 일상을 찾아가던 중 결심 공판이 다가오고 결국 범인이 17년 형을 선고받는 순간 놀랍게도 소요코가 남편인 쇼헤이의 가정 폭력을 호소하며 자신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사주를 했으며 이후 자신과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의 발언은 무시되지만 그렇잖아도 평소 아들의 죽기 전과 그 이후 어딘가 모르게 달라진 며느리의 모습에 기이함을 느꼈던 아키미의 입장에서는 그 느낌이 의심으로 자라게 되고 여기에 자신들 소유의 빌딩에 다른 가게를 운영하던 언니 하루코의 우연히 봤다는 소요코의 거짓 눈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키미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거짓 눈물 말이지. 악어의 눈물. 악어는  먹잇감을 포식할 때 눈물을 흘리거든. 내가 긴자에 있을 때 눈물도 안 나오면서 억지로 울어서 여러 손님을 다루는 애들을 봐서 그런 건 예리하거든. 아키네 부부도 먹히지 않게 조심해.(p.114)”

 

그렇잖아도 의심스럽던 상황에 어떤 확신을 주는 언니의 말과 몇몇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들은 아키미로 하여금 불안과 공포, 더 큰 의심을 불러 온다. 우리는 지금 아들을 죽인 여자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은 곧이서 손자에 대한 의심으로 나아가면서 이쯤되면 과연 소요코의 진짜 모습과 그 의도는 무엇인가 싶은 궁금증을 독자들 역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작품은 이렇게 시어머니인 아키미의 의심, 며느리 소요코의 정체나 의도, 그리고 무엇이 진실인가를 둘러싼 이야기를 누가 어떤 이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그려내는데 이런 부분은 정말 작가의 역량이라고 할 수 밖에 표현할 길이 없어 그 진실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