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두 면이 바다로, 두 면이 도시로 가득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언덕 위에 자리한 작은 마을 메리골드.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 능력이 뒤늦게 발현되어 그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잠결에 우연히 들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끝으로 다른 세계로 와버린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소녀.

 

어떻게든 부모님을 다시 만나기 위해 애쓰지만 쉽지 않은 상황. 결국 부모님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자신이 늙지 않도록 세월을 봉인하고 오랫동안 주변에 함께 한 사람들이 늙을 즈음 또다른 곳에서 새로운 시간을 사는 주인공이 어느 날 도착한 곳이 바로 메리골드이다.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꽃.

 

 

마치 세월을 초월한듯, 삶의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 그녀는 오랜 세월을 거듭하며 점차 감정의 동요를 겪지 않게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내는 우리 분식집 할머니. 그녀의 반말과 기이한 말들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저 마음으로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그 마음이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도 통했을것 같다. 

 

그렇게 우리 분식 집에서 이름을 묻는 주인 할머니에게 근처에 놓인 '지은 마트'라는 전단지를 보고 자신을 지은이라 말한 뒤 그녀의 이름은 메리 골드에서 지은, 지은 사장님이 된다. 분식집이 세들어 있는 건물을 통으로 사서 메뉴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월세도 반으로 깍고 평생 입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지은,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마음 세탁소'를 발견하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내는데...

 

모두가 잠들었을거라 생각한 밤 지은은 꽃잎들에 마법의 기운을 담아 겉은 유럽 스타일에 내부는 한옥 양식의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 세탁소를 차린다. 그리고 각자 자신만의 아픔을 간직한 채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세탁하여 마음의 평화와 앞으로 살아갈 행복에 대한 힘을 주게 된다. 

 

하얀 티셔츠를 입고 마음 속에서 지우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 그것이 얼룩으로 나타나고 이후 이것을 씻어서 없애버릴지, 아니면 완전히는 말고 조금만 다림질할지, 아니면 그냥 가지고 돌아갈지는 오롯이 마음 세탁소를 찾은 사람의 몫이다. 

 

 

지나간 사랑을 여전히 마음 속에서 버리지 못하는 연희, 어릴 적 엄마와 단둘이 어렵게 살면서 여전히 마음 속 아픔으로 남아있는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재하, 그러나 그런 재하는 자신보다 엄마 역시 힘들었을거라며 나중에 엄마도 모셔오겠다고 한다. 

 

그리고 메리골드 마을의 택배를 담당하는 영희 아저씨, 재하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지은 사장님이 특별히 우려낸 위로의 차를 마시고 그녀에게 마음 속 응어리진 아픔을 이야기하고 세탁을 할지, 다림질을 할지, 그냥 가져갈지를 선택한다. 

 

7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와 마음 세탁소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까지가 이들에겐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은은 서두르거나 그들을 재촉하는 법 없이 그들 스스로가 한 발 내딛기를 기다리고 먼저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말을 들어준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마음을 털어버리는 과정이 이미 그들에게 치유의 순간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치유를 받고 현재의 행복을 찾아가는 행동에서 누구보다 치유받고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지은 자신이였다.

 

이렇듯 판타지한 배경 속 지극히 현실적인 사연들, 그러면서 동화같은 전개와 결말을 담아낸 작품이 바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이다. 게다가 힐링소설이자 감동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의 결말로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참 행복해지는 그런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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