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미는 피었다가 시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약 지지 않는 장미가 있다면, 그것은 조화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시들지 않고 계속 피어있는 장미를 이와쿠라 마을에서 만난 여자는 나치에게 ‘어리석은 장미’라고 말했다.

 

온다 리쿠가 도쿠마 쇼텐의 문예지 〈요미라쿠〉에서 무려 14년에 걸쳐 완결시킨 작품, 『어리석은 장미』는 상당히 기묘한 작품이다. 미스터리, SF, 호러에 오컬트적인 분위기까지 결합된 그야말로 온다 리쿠가 역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인데 14년이라는 긴 시간을 반영이라도 하듯 벽돌책에 가까운 두께지만 작품은 순식간에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일 것이다. 

 

작품 속 주요 배경이 되는 이와쿠라 마을. 이곳은 이제 14살이 되는 다카다 나치의 어머니인 다쓰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으로 나치는 허주의 승선원이 되기 위한 캠프에 참여하게 된다. 허주가 무엇인지, 이와쿠라 마을이 어떤 곳인지 정확한 정보도 없이 찾게 된 곳에서 나치는 과거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직후 행방이 모호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동안 외삼촌 집에서 살았던 그녀이기에 아무런 정보도 없는 가운데 맞딱뜨린 이 사실은 나치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허주의 승선원이 되기 위한 일종의 프로젝트 같은 변질체로 만들기 위한 과정은 그런 나치에게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과정이 된다. 

 

먼 미래 태양이 지구를 삼키고 결국 지구와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숙명과 같은 운명 속에 허주의 승선원들은 시간이 지나도 늙지 않는, 감정 변화도 크지 않고 오랫동안 먹지 않아도 되는 신체로 변해 아주 소수만이 허주를 타고 우주로 나가 인간이 살만한 곳들을 찾아다니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는데 이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허주의 승선원이 될 허주 캠프에 선발되는 것조차 소수이며 이렇게 선발이 되면 그 아이의 가정은 물론 마을에도 국가의 지원금이 나온다. 게다가 변질체가 되어 승선원의 자격에 가까워질수록 , 나아가 허주의 승선원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가문의 영광이자 명예로 여겨지고 경제적 지원은 더욱 커지는데 그렇게 되기 위한 일종의 가르침이 캠프라는 시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일부는 아니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허주의 승선원은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이와쿠라 마을은 과거 외계에서 허주를 타고 온 사람들이 불시착하여 그 에너지가 남다르다고 여겨져서 나라에서도 특별히 관리되는 곳으로 해마다 오봉을 즈음해서 관련 축제가 벌어지기도 하는 곳이다.

 

그러나 나치는 변질체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의식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허주 캠프를 둘러싼 진실과 얽힌 이권, 그리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이와쿠라 마을과 이 마을 사람들에 대한 색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은 더욱 나치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리고 허주의 승선원으로 허주가 도착할 시기가 아님에도 이와쿠라 마을에 있는 도와라는 여성의 정체와 그로 인해 밝혀지는 허주와 인류의 이주에 관한 놀라운 사실은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작품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생각되었던 점은 온다 리쿠식의 뱀파이어에 대한 재해석이다. 뱀파이어의 존재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고 또 외계인, 지구와 인류의 멸종 위기와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선다는 지극히 초현실적이면서도 미래적 관점을 이 한 권의 책에 작가는 색다른 관점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기에 여러모로 상당히 놀라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무려 14년에 걸쳐서 이런 구상으로 작품을 집필했다는 점이 실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