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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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실루엣이 비치는 집을 감싼 초록색 가시가 눈길을 끈다. 게다가 가시가 상당히 뾰족해서  과연 이 집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궁금해짐과 동시에 문득 사람의 실루엣을 다시 보니 가운데의 여자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마주보고 있는듯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바깥쪽의 남자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가운데 두 사람을 등지고 있어 그림이 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칠흙같이 어두운 밤을 떠올리게 하는 집 주변의 검은색이 단순한 시간적 의미의 어둠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표지가 의외로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 바로 『가시의 집』이다. 

 

불과 몇 년 전 대한민국을 휩쓸다시피한 것이 있다면 미투, 그리고 빚투이다. 멀쩡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보였던 사람들의 추악한 모습이 폭록되었고 누군가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던 빚투 이와 더해서 발달한 SNS로 인해 과거 동급생이나 다른 학생에게 저지른 학교 폭력에 대한 폭로가 최근에는 밝혀지고 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피해자의 경우 정말 인생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단순히 그 사람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 모두가 정상적인 삶을 살기가 힘든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역시 이를 둘러싸고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만나 본 『가시의 집』의 집단 괴롭힘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폭력의 잔혹함과 심각함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던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인 신이치는 중학생인 아들과 초등학생인 딸, 그리고 주부이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내와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장이자 중학교 교사이다. 그런 가운데 둘째이자 딸인 유카가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가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 가정이 막내딸의 집답 괴롭힘의 피해와 투신 자살 시도가 이어진 후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특히나 유카를 괴롭히는데 주동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아이가 살해되면서 사건은 더욱 심각한 국면에 놓이게 된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선과 악의 기준이 아니라 모호한 경계 속에서 각 인물들의 관계와 그속에 관여된 여러 이해 관계들, 단순히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또 사건을 대함에 있어서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학교나 교육청, 이를 취재하려는 언론과 심지어는 교육제도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얽히고 설켜 있는 이야기다. 

 

단순한 집답 괴롭힘을 당한 아이와 괴롭힌 아이의 대결 구도가 아니기에 이 작품이 의미를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러 상황과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을 보면서 문득 최근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는 그 문제를 조용히 덮고자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좀더 확실한 상황이 드러날 때까지 잠정적 묵인을 할 수도 있다. 그 사이 문제는 다른 방향에서 터지고 외부로 알려지면서 분노하는 사람, 그 와중에도 침착한 태도로 사건을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사람과 어느 정도의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 문제가 단순히 개인들 간의 문제가 아닐 경우, 기관과 제도, 그리고 사회가 결합하면 사건은 애초의 발단에서 의외의 경향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에는 단순한 학교 폭력, 집답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으로만 접근했다면 이후 보여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인 모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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