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살인자의 숫자

살인자의 숫자ｌ문학장르

gazahbs l 2023-08-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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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평점 :

인간의 7대 죄악을 소재로 다룬 작품 영화 <세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바로 『살인자의 숫자』이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성경의 십계명이 등장하는데 소위 이 십계명을 어긴 자들을 심판하는 것 마냥 연쇄 살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언뜻 이렇게 보면 나쁜 인간을 처벌하는 건가 싶지만 사실 엄연한 사법체계가 갖춰진 국가에서 아무리 그 의도가 공감을 자아낸다고(살인에 좋은 의도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 같지만) 하더라도 사적 보복은 허용될 수 없는게 현실이고 맞는 말이다.

게다가 오히려 이런 사건을 마치 죄를 벌하는 것처럼 보여지게 만든다는 것도 이 작품에서는 연쇄 살인범을 꼭 잡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텐데 일주일 사이에 무려 세 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도 작품 속 배경인 런던을 공포로 몰어넣기에 충분하다.

세 명의 피해자이자 희생자들 사이에는 그 어떤 접점도 없다. 하지만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죽은 이들 모두의 이마에는 로마 숫자가 적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똑같은 숫자가 아니라 숫자가 점점 더 커진다는 점에서 런던 경찰인 그랜트는 이것이 단순한 의미를 넘어 연쇄 살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어쩌면 이미 연쇄살인이 발생한 상태일수도 있는) 확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세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질 않아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진 가운데 놀랍게도 다음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희생자가 뉴욕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사건이자 범행의 장소가 런던에서 뉴욕으로 넘어간 셈이다. 결국 런던 경찰과 뉴욕 경찰은 두 사람이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 아래 공조 수사를 통해 사건 해결을 모색하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그랜트가 뉴욕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뉴욕의 경찰인 프랭크와 공조를 통해 확실히 연쇄살인 사건으로 접어든 두 나라의 두 도시에서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이미 은퇴가 코앞인 베테랑 총경과 그에 못지 않게 실력을 갖춘 뉴욕 경찰의 조합이라는 흥미로운 요소도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을 쫓는 사건 해결의 한 재미로 작용하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힌트라고 할 수 있는 십계명에 따른 연쇄살인이라는 부분도 과연 범인이 무엇을 노리고 이러한 일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랜트가 이 사건의 연쇄살인범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과거 그랜트가 수사를 담당했던 관련자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되는데 3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경찰로 근무한 그랜트가 이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벌어진 십계명을 모티브로 한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점이 과연 프랭크와 그랜트 두 형사의 공조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끝까지 놓칠 수 없는 작품의 흥미 포인트일 것이다.

잘 만든다면 버디 캅(buddy cop) 무비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을 것 같은 작품이며 이 한 권으로 끝을 내기엔 뭔가 아쉽기도 한 두 경찰의 공조 수사를 다룬 반전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