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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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부의 자동차 여행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악천후 속 운전은 쉽지 않고 문득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얼굴을 범죄 용의자들 사이에서 가려낼 수 있을지를 궁금해한다. 그 이유는 남편 애덤에겐 안면실인증이 있기 때문인데 아내의 얼굴조차 그는 구별을 못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애덤이지만 일은 애덤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제는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 그가 처음 각색했던 시나리오로 그가 바프타상을 수상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인데 그런 애덤이 어느 날 헨리 윈터라는 대작가의 소설을 각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이는 화제성으로 이어진 동시에 소위 대박을 터트리면서 애덤은 일약 스타 작가가 된다. 

 

 

그러는 사이에 애덤의 일은 점점 더 많아지고 부부 사이는 소원해지고 부부상담도 받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어렵게 시작했던 부부의 생활은 이제 부유한 동네에 저택까지 얻을 수 있는 상황으로 나아졌지만 부부 사이는 오히려 그와 반비례해서 나빠진 것이다. 

 

이에 아내 어밀리아는 최근 이벤트에 당첨된 스코트랜드의 하일랜드로여행을 떠나지만 날씨는 혹독할만큼 춥고 눈보라가 몰아친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너무나 외진 곳으로 누군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지켜보는 듯한 섬뜩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다. 

 


작품은 애덤과 어밀리아의 시선에서 반복되는데 각자가 숨기고 있는 듯한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독자들은 부부 모두가 서로에게 분명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구나 싶은 생각, 그리고 이들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까 아니면 이젠 증오만 남아버린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여기에 그들이 도착한 숙소인 예배당을 맴돌며 이들 부부를 훔쳐보는 이의 정체, 숙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두막에 있는 의문스러운 인물 로빈까지 더해지며 이들 세 사람은 과연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의혹을 증폭시킨다. 

 

애초에 두 사람이 이곳으로 여행을 오게 된 것은 여행 상품이 당첨된 것이 맞을까? 1년에 한 번씩, 결혼 기념일 마다 부치지도 않을 편지를 쓰는 애덤의 아내, 그녀가 해마다 그 해의 단어를 선정해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편지에 담는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독자들은 애덤의 아내의 정체를 둘러싸고 이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의문은 과연 애덤은 정말 아내가 생각하는대로 안면실인증이 있는게 사실일까?

 

책장을 덮고 나서 불현듯 덮쳐오는 이 생각이 과할수도 있지만 이 마저도 트릭으로 계산된 것이라면 정말 아찔함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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