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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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라는 말이 화제였을 때조차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는데 한정현 작가님은 『환승 인간』이란 책을 통해서 자신을 ‘환승 인간’으로 표현하며 그동안 자신을 거쳐갔던, 자신과 어떤 식으로든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로베르토 볼라뇨라는 작가의 『부적』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시인에 대한 언급인데 어떻게 보면 그녀 또한 작가님에게 나름의 인연이 생기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문학의 실용성 내지는 목적성에 대한 답을 하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산문집으로 작가님에게 있어선 첫 산문집이라고도 하는데 책속에는 작가님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는, 때로는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로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많이 나오는데 인간 한정현이란 이런 사람이구나 싶게 만드는 동시에 과연 나의 취향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싶어지기도 한다. 

 

산책이 아닌 배회를 좋아한다는 점, 살면서 본인에게 상당히 많은 이름들을 지어주며 각각의 이름으로 마치 한정현이라는 한 사람이 모두 감당해야 할 인생의 몫을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듯 한다는 것이 특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장난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런 행동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에 누구보다 진심이자 스스로가 덜 힘들 수 있게 하려는 하나의 방편이지 않았을까 싶고 작가님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는 하나의 방식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영화 이야기다.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영화라는 테마에 묶인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 등이다. 어떤 순간 어떤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님 안에 다양한 영화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네 인생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말들을 하는 것처럼, 어떤 순간들과 어떤 일들과 겹쳐지는 영화를 떠올리게 될 정도라면 영화를 참 좋아하고 많이 봤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책에는 2022년 채널예스 ‘한정현의 영화적인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작가님이 연재를 하셨다는 영화 칼럼도 소개되는데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나 상업적으로 상당히 성공한 영화들의 리스트가 아닌 좀더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고 사회를 좀더 다양성의 측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들의 리스트라는 점에서 의미있게 만나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자신에게 여러 이름을 부여한다는 행위가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고 이 책은 그런 이름들을 통해 오히려 오롯이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던 시간들에 대한 기록을 담아낸 글이라는 점에서 소소하게나마, 감히 환승 기록이라는 것을 나 역시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였다.

 

 

* 작정단 11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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