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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평점 :

무엇보다도 '사이보그 가족'이라는 말이 궁금했다. 표지나 제목을 보면 귀농, 귀촌, 농총생활 등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부모님과 저자 자신의 신체 일부 중에는 필요에 의해 마치 터미네이터마냥 일종의 철이 박혀 있다고 해야 할것 같다. 나이가 들고 어딘가 아프고 그래서 치료의 목적으로 이뤄진 일들인데 이걸 사이보그 가족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제목이라 생각된다.

귀농과 귀촌의 붐이 한때 크게 불었던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며 실행에 옮겼다가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저자와 부모님의 아버지의 오랜 바람이기도 했던 밭농사를 위해 땅을 구하고 열심히 일구어 나간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 와중에 아버지는 혼자인 딸이 자신들이 없을 미래에도 이 농사를 하며 어떤 경제적 소득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던 것이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 돈을 털어 땅을 골라 사고 어머니의 표현대로라면 '이 나이에 농사라니...' 싶겠지만 그럼에도 행복감이 묻어나는 가족들의 귀농 이야기는 살짝 로망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만만히 볼게 아님을 은근히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귀농하고 농사를 짓기까지의 과정들,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일들을 잘 담아내어 마냥 귀농하고 싶다거나 귀촌해서 농사나 지을까 싶은 사람들에겐 농촌생활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시간들을 거친 후 자신이 수확하게 될 것들과 그것의 맛을 상상하는 시간의 행복감을 잘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마냥 좋을 수도 없고 마냥 힘들지만도 않을테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으려 하고 감사한 일을 찾으려고 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어떤 일을 하든 이 가족은 힘들어도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 행복하겠구나 싶어 그 이야기들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나 역시도 한번쯤 귀농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말 농장 정도는 생각해본 적이 있지만 사람이든 식물이든 책임감을 갖고 키운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많은 신경을 써줘야 하고 때때로 해야 할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애초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취미라고 하기엔 조기 퇴직후 퇴직금까지 털어서 부모님의 마지막 소원을 핑계 삼아 두 분과 함께 밭농사를 하는 저자에겐 분명 용기있는 결단이고 때로는 열정도 필요한 일이다. 밭농사를 하면서 게으르게 살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저질 체력을 언급하며 한량이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곳곳에서 애쓰고 애정을 쓰는 모습들이 보인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저자 자신도 지금의 이런 모습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익숙하고 아스팔트 위의 생활이 익숙하다.
흙 한번 제대로 만져보기 힘들고 그 위를 걷는 것도 쉽지 않은 때에 아버지의 오랜 소망이 실현하는 기회에서의 밭농사를 시작했다고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자주 아픈 딸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들의 노후가 아니라 자신들이 떠나고 난 이후의 딸의 노후를 생각하며 이 일에 더욱 열정을 보이시는것 같아 이 사이보그 가족들의 밭농사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근저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키워낸 농작물은 그 마음이 담겨 더욱 귀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정직한 땀방울만큼이나 건강하고도 소소한 재미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