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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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집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뭔가 소리가 나면 괜히 움찔해서는 둘러볼 때가 있다. 그런데 집안에서 그런 소리가, 특히나 특정한 상황에서만 소리가 들린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제목부터 『기척』이다. 

 

작품 속 제인은 뭔가 의뭉스러운 사람이다. 마치 미드 속에서 봄직한 손필드라는 고급 주택단지에서 개 산책을 해주는 일을 하는 그녀는 사실 손필드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는 곳에서 직장을 구하기엔 앞으로의 자신의 삶에 전혀 변화가 없거나 자신이 꿈꾸는 삶과 전혀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또 차의 상태가 점점 안좋아짐에도 불구하고 손필드로 온다. 

 

네 가구의 다섯 마리의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제인(하지만 이 이름은 사실 제인이 과거의 어떤 사건 속에서 도망쳐 나오며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그 사건 속 인물의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어느 날 손필드에서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집 앞에서 산책시키던 개를 데리고 그 집을 바라보던 중 그 동네 사람들이 보통 타는 자동차와는 스타일부터가 다른 스포츠카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사고를 당할 뻔한다. 

 

 

훗날, 나는 이 순간을 되돌아보면서 어쩌면 내가 앞으로 닥칠 일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궁금해하곤 했다.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나를 이 한 지점으로, 한 주택으로 이끈 것은 아닌지. 그에게로 이끈 것은 아닌지.(p.17)

 

차의 주인은 에디라는 남자. 그는 손필들에 사는 다른 남자들과는 분명 다른 이미지다. 에디는 사과의 의미로 제인에게 집안에서의 커피를 대접하고 그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제인은 그에게 점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곧 이들은 데이트를 하는 사이로 발전하는데 사실 그는 몇 달 전에 그의 아내 베를 사고로 잃었다. 

 

제인은 분명 성공에 대한 욕망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제인만큼이나 에디도 수상함이 엿보이긴 하지만 제인의 바람대로 그녀는 에디로부터 청혼을 받고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하기에 이른다. 

 

 

제인은 6개월 전 사고로 죽은 에디의 아내 베로 향하는 관심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그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녀가 상당히 매력적인 여인이였음을 알게 되는 가운데 제인은 에디의 집에 살면서 에디가 집을 비우는 때에만 들려오는 수상한 기척을 느끼게 된다. 그리곤 그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베를 떠올리게 되고 베의 죽음, 그 죽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표출되는 에디와의 연관성 등을 저절로 떠올리게 된다. 

 

작품 속 이야기는 바로 이 두 여인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한 명은 바로 상류사회에 속하고 싶은 제인, 상류사회의 전형 같은 손필드의 거주자들을 모습을 관찰하며 그들 속으로 들어갈 기회를 엿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한 명은 대외적으로는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에디의 아내 베. 그녀는 저택 밀실에 갇혀 있으면서 탈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이러니하면서도 기묘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 명은 이 저택으로 들어오고 싶어, 다른 한 명은 이 저택을 탈출하고 싶어서. 과연 지금 두 명의 여인 중 누가 더 위험한 상황일까?

 

화려하고 잘 가꿔진 외관은 비단 손필드의 저택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그속에 사는 사람들 역시 그러하다. 보여지는 것에 누구보다 예민하고 고상하고 예의바른 언행을 보이지만 진짜는 눈을 통해 드러난다는 제인의 표현처럼 모두가 자신의 진짜 모습은 감춘 채 서로를 잔뜩 의식한 채 살아가는 손필드라는 거대한 공간의 축소판 같은 에디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세 명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과연 누가 원하는 방향으로 끝을 맺을지, 그 흥미로운 전개를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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