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목욕탕
마쓰오 유미 지음, 이수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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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떻게든 될거야.”(p.11)

 

마치 엄마가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어렸을 적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일날 리오는 평소 어머니의 말버릇 같은 이 말을 읊조린다. 아버지마저 3년 전 돌아가시고 세들어 살던 곳의 주인할머니를 대신해 그 조카가 집을 관리하게 되고 리오의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수입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동생 사오와는 길거리에 나앉을지도 모를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 이들에게 마치 누군가 준비라도 한 듯이 자매들조차 알지 못했던 외삼촌의 유산 집행인이라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들을 찾아온다. 마침 때맞춰 말이다.

 

 

변호사에 의하면 어머니는 아이가 없는 집에 입양을 갔고 올여름 돌아가신 외삼촌이 헤어진 여동생을 찾다가 두 자매를 찾아낸 것이다. 그런 외삼촌이 남긴 것은 오래된 목욕탕이다. 유산 상속의 조건은 자매가 이 목욕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 생전 처음 목욕탕 운영을 해야 할 판이지만 막상 앞으로의 생계와 주거가 불안정한 현실 앞에 두 사람은 선택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해서 찾게 된 옛날식 공중목욕탕, 이름하여 '행운목욕탕'이다. 보통은 근처의 단골손님이 대부분인 곳으로 외국인 남매가 목욕탕 불관리와 청소 등에 걸쳐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실질적인 운영은 이 남매가 하는 셈이고 외삼촌이 했던 일이자 앞으로 자매가 해야 할 일은 카운터를 맡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그런데 직원인 두 남매, 낯을 너무 가려 학교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는 여동생 사오를 제외하고 이 일을 할 사람은 오롯이 리오 뿐이다. 결국 그렇게 해서 카운터를 맡게 되면서 리오는 외삼촌이 단순히 오래된 목욕탕의 주인이 아니였음을 점차 깨닫게 된다. 
 

 

외삼촌의 정체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어쩌면 사람들이 언덕에 위치한 듯한, 낡고 오래된 행운목욕탕에 찾아오는 이유가 바로 이 외삼촌이 평소 사람들이 '답이 나올것 같은데 안 나오는' 그런 고민, 일명 '목에 걸린 가시'를 처리해주는 '가시 전문가'였기 때문이였다. 

 

이에 따라 리오는 생각한다. 만약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굳이 이 행운목욕탕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얼마 후 리오는 곧 이 '가시'에 직면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평소 낯을 가리며 집에서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사오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 평소 아버지는 사오가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집안 살림을 제대로 배우고 폭 넓게 많은 책을 읽을 것을 권했던 것인데 마치 이 때를 대비라도 한것 같다.

 

잔잔한 드라마 같은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은근히 일상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단조로움을 벗어나 과연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앞으로의 이야기에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재미있고 일본드라마의 소재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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