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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평점 :

30년 전까지만 해도 으르으리했을거라는 3층짜리 대저택. 그러나 현재는 흉가체험지로 써도 손색이 없을것 같은 무너지지 않는게 다행이다 싶게 관리가 되지 않는 이 집의 주인인 할머니. 자신의 돈을 모두 훔쳐 달아난 아들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또 집을 청소 등의 일을 하며 세들어 사는 대학생 서주가 있다. 물론 다른 세입자도 있지만 현저하게 저렴한 월세에도 집이 워낙에 낡았고 집의 기운도 좋지 않아 잘되어서 나간 사람이 없다할 정도라 더이상 세들어 오려는 사람도 없다.
그런 집에 어느 날 아침 식탁에서 음식 쓰레기 같아 보이는 것을 양푼이에 담아 먹는 사람을 보게 된다. 게다가 이 사람이 밥을 먹고 나서 가는 보일러실도 이전의 보일러실이 아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지는 때에 할머니가 말한다.

"지옥이랑 계약했어. ......
지옥이 요새 리모델링하느라 죄인들 둘 데가 모자란대서 빈방이랑 남는 공간을 빌려주기로 했다. 아까처럼 죄인들 좀 오갈거야. 함부로 문 열면 험한 꼴 본다."(p.14)
그렇다. 안그래도 흉가 같은 집을 할머니는 지옥과 계약을 맺었다. 비록 이름뿐이지만 대저택을 지옥처럼 쓰도록 하겠다는... 그렇게된 연유로 보여지는 온갖 죄인들의 모습은 현실이 지옥이라는 말이 쏙 들어가게 만든다. 아무리 하루가 지나면 죄인들이 남긴 흔적이 사라진다고 해도 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하루에는 그 모습이 반복될테니 결국 그 잔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터.
마치 욕쟁이 할머니마냥 온갖 행동들에 대해 이러면 지옥가서 뭐한다 어쩐다 하던 할머니의 말이 오히려 순한맛일 정도로 주인공이 마주한 지옥 그리고 죄인의 모습은 현생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은 반성을 하게 해줄 정도로 매운맛 그 자체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무섭다, 끔찍하다 싶지만 이 책의 묘미는 단순히 그런 부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곳곳에서 은근히 웃음을 자아낸다. 죄인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묘하게 웃음을 자아내게 해서 정말 영화로 만들면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키득거리며 웃을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상황은 심각한데 그속에서 의외의 웃음 포인트의 발견이라 더 웃긴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나름 지옥이고 죄인이 있다보니 이들을 관리해야 할 이도 필요한 법. 그 일을 하기 위해 자칭 악마라는 존재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 악마 의외로 서주에게 천사 같은 모습을 보인다. 분명 악마인데 무섭지만 무섭지만은 않은 기묘한 감정이랄까.
초반 할머니는 마치 치매를 앓는것 같이 약간 정신이 오락가락하기도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런 증상이 더해지고 할머니가 결국 쓰러지는데 그 사이 할머니의 재산을 노린 차남까지 나타난다.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문득 드는 생각은 진짜 악마와 악마 같은 인간의 모습, 어디가 지옥이고 어디가 현생인가 싶게 만드는 두 세계의 경계가 약해지는 듯한 이야기의 전개는 문득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지옥와 현생 그리고 악마와 인간을 보여줌으로써 한편으로는 지옥 같은 현실이지만 진짜 지옥은 아니니 희망을 갖고 살라는 것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지옥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의 모습에 현실의 무서움을 보여주는것도 같아 양가적인 감정이 들게하는 묘한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