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죄가 없다 - 우리가 오해한 신화 속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
나탈리 헤인즈 지음,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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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그리고 신화 속 여성에 대한 재해석을 다룬 책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요즘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인공격인 남성에 비해 다소 비중적으로 덜 다뤄졌던 여성에 대한 현대적 관점을 통해서 신화와 역사 속에서 여성을 어떤 식으로 그리고 있고 지금까지 판단해 왔는가를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없던 사실을 재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달리해 접근하는 것인데 세계 최고의 여성작가인 마가렛 애트우드가 강력추천하는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되었다. 

 

사실 페미니즘으로까지 해석할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이 단어가 급진적인 느낌이 강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상대를 공격하고자 하는 하나의 틀이 되어버린것 같아 오히려 이런 경우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신화 속 여성들의 다시 만나보자는 정도로만 접근하면 좋을것 같다. 

 

너무나 당연하게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해석되어 오고 평가되었던 신화 속 여성들, 과연 누가 있을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판도라를 포함해 책에서는 총 10명의 여성 인물을 선택해서 그들이 과거 그리고 어떻게 보면 최근까지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졌는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판도라. 판도라와 관련한 신화는 알 것이다. 책에서는 그녀에 대한 평가로서 그녀가 아주 오랫동안 인간 타락에 대한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지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이외에도 이오카스테, 헬레네, 메두사, 아마존 전사들, 클리타임네스트라, 에우리디케, 파이드라, 메데이아, 페넬로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중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뱀이 득실거리는 머리를 한 마녀 같은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두사다. 어떻게 봐도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가 상당한 미인으로 구혼자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책에서는 그녀의 미모에 대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여성(p.112)'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 드러났던 그녀의 활약상, 그리고 그녀를 충분히 이용하고 어떻게 보면 더이상 이용 가치가 없었을 때 그녀의 머리를 아테나에게 받쳤던 페르세우스. 그리고 이를 비틀어서 메두사와 페르세우스의 관계를 반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나 이후 다양한 모습으로 메두사를 밈하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를 둘러싼 성적 공포와 대상화만큼은 사라지지 않는 모습은 참으로 묘하게 다가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헬레네를 둘러싼 다양한 이미지라든가 한 명이 아닌 하나의 그룹이 되어 더 큰 힘과 강인함을 보여주었던 여성들(아마존 전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이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다소 생속하게 느껴지는 파이드라가 지닌 악녀 같은 이미지는 의외로 그녀가 지키고자 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보여질 수 있구나 싶으면서 어떤 사람에게 씌여진 이미지란 결국 누가 어떤 점을 우선적으로 보고 어떤 의미에서 접근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하나의 인물이 이렇게나 다른 사람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러니 당연하게 알려진 이미지가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보다 다각도적인 해석, 그리고 당시와는 분명 달라질 수 있는 현대적 관점에서의 재해석의 노력도 꾸준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고정관념 속에 가둬두기엔 그녀들에 대한 해석이 다소 천편일률적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확실히 흥미로움을 선사하는 신화 속 여성들을 향한 새로운 시각의 접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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