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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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다 위에 있는 등대의 세 남자 실종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 『등대지기들』. 이 사건은 무려 120년 전의 일로 1900년 스코틀랜드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한다. 마치 미스터리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에나 소개될것 같은 이야기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위치한 엘런모어 섬의 등대지기 실종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소설이라는 점인데 사실 등대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외부인이 쉽사리 오기도 쉽지 않고 그들도 나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크기에 따라 거대한 밀실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칫 내부적으로 어떤 갈등이나 문제가 생긴다면 참혹한 사건의 현장이 될 수도 있는, 그러나 외부에서는 빨리 그 사실을 인지하기도 어려운 공간이라는 점에서 고독함이나 외로움을 넘어 얼마든지 섬뜩해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출간 이후 다양한 매체에서 추천 도서로 손꼽힐 정도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작품 속 주인공, 즉 등대지기들은 바로 아서와 빌 빈센트이다. 작품 속 배경은 콘월 해안이며 메이든 등대로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등대는 그 어떤 육지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작게나마 섬도 아닌, 말 그대로 망맹대해에 속아 있는 타워 등대다. 아무리 한 달의 휴가를 보내는 교대 근무를 하는 등대지기라고는 하지만 이런 곳에 어떻게 두 달을 보낼 수 있을까...?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 근무 조건이다.

 

완벽한 밀실처럼 누군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혼자 나가기도 쉽지 않은데 바로 빌이 휴가를 떠날 차례가 되어 외부에서 그를 데리러 배가 오고 이때 아무도 없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을 세상에 드러난다.

 

다양한 상황들이 등대지기가 없는 순간을 담아내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상황은 더욱 의구심을 품게 한다. 폭풍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딱히 사건 발생의 어떤 근거가 될 것 같지 않은 수준이니 더욱 미스터리.

 

 

1972년 세 등대지기들의 실종이 있었던 시점에선 주로 등대지기들의 이야기가 서술되며 현재의 시점에 해당되는 1992년에는 이들이 사라지고 남은 가족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이들의 상실 속에 남게 된 여자들이다.

 

두 시점의 교차를 통해서 작품은 세 등대지기들이 어떤 이유로 등대원이 되었고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시점에서 남겨진 여자들은 세 등대지기들의 사연에 좀더 살을 붙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이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가를 추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부세상과 철저히 고립된 밀실 같은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간직한 세 남자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을, 어떤 행동이나 말, 사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도화선이 되어 비극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공간적 설정이 주는 묘미가 있고 등대 안의 이들이 풀어나가는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와 등대 밖에 존재하는 이들이 더하는 이야기 구도가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영화로 만들어도 상당히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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