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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톡홀름 신드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질로 잡혔던 피해자가 인질범에게 동화되어 때로는 범죄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번에 만나 본 『17일』은 바로 이 스톡홀름 신드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게다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도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디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낯설지 않을 '허스트'. 미국에는 허스트 캐슬이라는 대저택이 있을 정도인데 이들의 가문 중에 퍼스티 허스트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들어 본다.
1974년 2월 4일 사건이 발생하고 그녀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면서 그녀가 왜 이런 선택을 하였는가를 두고 아마도 그 당시 사람들과 언론들은 엄청나게 떠들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이 사건이 아닌가.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언론 재벌인 허스트가의 상속녀가 좌파 무장단체에 납치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젯거린데 그녀가 스스로 이름까지 개명하며 은행강도에 가담했다는 사실, 과연 그녀의 선택은 진짜 스스로의 선택일까 아니면 재벌가의 상속녀를 이용하고자 했던 SLA의 고도의 술수일까?
그녀를 납치했던 SLA는 처음 몸값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이것은 오히려 SLA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게 된다. 게다가 여러 정황 속에서 퍼트리샤는 도망을 칠 수 있었거나 아니면 본인이 적극적으로 SLA를 도와 그들의 탈출을 돕는 식의 행동을 했기에 가족들의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결국 점차 불리해지는 가운데 가족들이 재판을 앞두고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되는데...
1970년대 초반이라고 하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정형화된 성역할에 충실해야 했던 시절. 스스로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동안 정해진 인생의 결대로만 살아야 했던 그녀의 삶을 돌이켜보면 납치사건이 진짜 주체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수도 있지만 반대로 SLA의 고도의 술수일수도 있다는 사실.
책은 그녀가 단순히 스톡홀름 신드롬인지 아니면 자의에 의한 선택인지를 둘러싸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단순히 재벌가의 상속녀 납치사건을 넘어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를 바라는 의외의 전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처음 단순히 범죄 스릴러로 접근했다면 이 부분에서부터 반전이라 여길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