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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여자의 일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김도일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책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표지에 뭐가 그려져 있는지도 모를 정도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7자의 제목, 『살인은 여자의 일』. 보통의 제목치고는 상당히 크고 굵직한데 그 의미가 상당히 흥미롭다.
책은 표제작이기도 한 「살인은 여자의 일」을 시작으로 총 8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모음집이다. 첫 작품부터 상당히 자극적인 분위기를 시작하는데 보는 순간 죽이고 싶었다는 말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의 베테랑 편집자이자 30대 중반의 독신여성 시가코. 그녀는 회사내에서도 능력있는 편집자로 통하고 교류하는 작가나 사람들도 소위 잘나가는 작가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시가코는 그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연하는 동년배의 남자는 남자로 보이질 않는다.
그런 가운데 우연히 자신이 담당하는 한 중견작가로부터 이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한 남자를 소개받는데 그가 바로 신이치. 그동안 봐온 남자들과 너무 다른 그에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고 그가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 이후 만나게 된 그의 아내 고즈에가 신이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죽이고 싶은 강렬한 열망에 시달린다.
은근히 고즈에의 외적 모습을 비웃으며 자신이 저녁시간 편집자라는 지위를 핑계로 그녀의 남편과 언제든 통화하고 만남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우위에 서며 만족감을 느끼던 때에 시가코는 우연히 아는 사람으로부터 고즈에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이를 신이치에게 약간의 과장을 해서 말하게 된다.
당시는 인지하지 못했던 그 말이 불러오는 파장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녀 자신, 시가코에게로 향하는데...
책은 이처럼 또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상대 여성을 죽이고픈 아내의 이야기(「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 이 작품도 그렇고 나머지 작품들도 주요 인물들이 여자이다. 과거와는 달리 개인사정으로 지금은 삼류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성이 도난 사고를 계기로 경찰서에서 만난 자신의 팬을 자처하는 형사를 통해 알게 되는 이야기가 나오며(「두 번 죽은 여자」),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중적인 삶이자 이탈의 삶을 살고 있는 여자가 어느 날 똑같이 이탈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 느끼게 되면서 밝혀지는 이야기(「털」) 등이 소개된다.
보통의 소설 작품 한 권 분량에 8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 작품이 비교적 짧게 짧게 끝난다. 그러나 반전의 미가 있다는 점이 확실히 재미있는 책이다. 첫 수록작처럼 대놓고 죽이고 싶다라고 했던 여성의 독백과 어떻게 죽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발상까지 나오지만 정작 결말이 보여주는 반전의 묘미가 있는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