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외 서커스

인외 서커스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6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시작은 뭔가 에로틱하게 전개된다. 서커스 공연이 끝난듯 한 공연 무대장 안으로 서커스에서 마술을 담당한다는 한 남자와 그런 남자에 호감을 느껴 따라온듯한 여성의 대화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스릴러 영화 법칙처럼 무리에서 떨어진 두 남녀의 애정행각 시 가장 먼저 죽는것마냥 이들도 이렇게 희생양이 되는건가 싶었다.

그런데 잠시 뒤 은밀하던 대화는 스릴러로 변해간다. 남자가 앞서고 여자가 뒤따르던 가운데 이 여자의 모습이 점점 더 괴수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앞서고 있는 남자는 여자의 변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듯 여자가 끔찍한 모습으로 남자를 죽이려는(실제로는 흡혈귀로 잡아먹으려는 중임) 순간 바로 몸을 돌린 남자가 일격을 가하는데...

그렇다. 남자도 사실 여자의 정체를 진즉에 파악하고 있었는데 모르는척 속아주면 잡기 위해서 무기가 있는 곳, 그리고 덫이 설치된 곳으로 유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란도라고 불리는 남자의 일격에도 날개를 가져서 날 수 있는 존재이자 뇌를 박살내지 않으면 다시 재생하는 능력이 있고 또 힘이나 모든 면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흡혈귀인, 자신을 퀸 비라 소개한 여자 흡혈귀를 처치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사실은 란도 이외에도 흡혈귀를 사냥하기 위해서 조직된 컨소시엄(란도가 소속된 단체)의 공격도 다른 두 흡혈귀가 합세한 가운데 열세로 돌아가고 결국 컨소시엄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인크레더블 서커스. 망하다시피 한 서커스단에 남은 멤버들은 각자가 가진 특수 능력(서커스 단에서 자신의 공연 능력과도 밀접하다)을 무기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흡혈귀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서커스단이라고는 해도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게다가 날 수 있고 재생능력까지 있다. 힘도 엄청나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 결과가 뻔해 보이는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들의 대결이 눈길을 끄는 것은 단지 총을 쏘고 물어 뜯어 죽여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커스단원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활용하고 또 나름대로 각자의 리더격인 란도와 그리즐리(흡혈귀 편)의 지략 대결도 볼만하기 때문이다.

물론 잔혹하기란 이루말할 수 없다. 뭔가 인간과 흡혈귀의 싸우는 모습에서 영화 <링컨 : 뱀파이어 헌터>가 떠오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일본 특유의 잔혹 영화를 보는것 같아 작품의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내용면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드는건 솔직한 마음이다.

그나마 글로 쓰여 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철저히 생존을 목적으로 싸워야 하는 두 종족의 대결이다보니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점을 참고해서 작품을 선택해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