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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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쿠바의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 게다가 두 여성이 부자연스럽기까지 한 자세로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가만히 서 있는 모습에서 과연 무슨 사이일까 싶은 마음과 함께 무엇을 하는 것일까 싶은 궁금증이 생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유원』은 극중 주인공의 이름과 동일하다. 18살의 주인공에겐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것은 바로 11여 년 전에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인데 이 화재 사건과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

 

언니는 죽고 무려 11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살아남았으나 그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의 인생은 망가져버렸으니 말이다.

 

소위 트라우마라 불릴 수 있는 상황 속에 놓인 유원이다. 살아남은 것이 마냥 행복하다고만 할 수 없는 그녀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고통스럽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살아남은 이후 그녀에게 여러 감정들을 자아내게 하고 이는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들이라 유원의 상태는 뭔가 아슬아슬해 보이기까지 하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 숭고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다치고 그로 인해 가족들의 생계나 생활 등에 문제가 생긴다면... 영웅이라고 치켜세워주는 칭송 뒤에 다가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간혹 우리 사회의 시민 영웅들의 후일담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대목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유원과 자신을 구한 아저씨의 딸 수현이 친구가 되고 늘 죄책감과 부채감을 안고 살아가던, 그래서 살아남은 자의 저주 같았던 나날들을 조금씩 치유해가는 유원과 수현을 관계를 보면서 가족의 부재, 가족에 대한 원망, 그리고 남겨진 자의 죄스러움과 미안함을 넘어 조금씩 세상과 진정으로 마주하고자 하는 유원의 삶의 응원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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