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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도키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는 작가이고 최근에는 리버커북으로 10년 전 작품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기도 한데 이번에 만나 본 작품은 바로 『아들 도키오』이다. 비교적 늦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하게 된 경우라 사실 제목이 낯설면 신작인가 아니면 이전 작품인가 헷갈리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바로 리커버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SF소설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기술적인 분야보다는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다소 이색적이다. 19살의 아들이 23살의 아버지의 시간으로 돌아가 펼쳐지는 두 달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의 다쿠미와 레이코는 의식없는 아들 도키오의 모습을 비교적 담담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결혼 전부터, 그리고 두 사람이 아이를 낳기로 한 때부터 예상했던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결정을 내렸던 그 선택의 결과와 마주한 순간이다.
다쿠미는 아내 레이코에게 프러포즈를 하려고 한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거절한다. 독신을 계획하고 있다고... 그런데 아내가 말한 거절의 이유는 충격적이다. 바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병으로 여성에겐 유전인자가 가지만 발병은 남자에게만 생긴다는 그레고리우스 증후군.
불치병이다. 보통 20살 미만에 죽는 병으로 십대 중후반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운동신경이 상실되다가 장기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의식까지 없다가 서서히 죽는 병으로 결국엔 병원에서 뇌사상태로 있다 결국엔 죽는 병이였다.
그랬기에 레이코는 다쿠미의 프러포즈를 거절한다. 그녀에게도 이 유전자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쿠미의 설득으로 두 사람은 결혼을 허락받고 애초의 결심과는 달리 아이까지 낳기로 하는데 그렇게해서 태어난 아이는 바로 도키오.
검사를 하진 않았지만 도키오에게도 이 병이 있을거라 두 사람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하고 19살의 도키오는 결국 병원 침대에서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려 한다. 그런 순간 다쿠미는 레이코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어느 직장에서도 진득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떠돌다시피하는 젊은 시절의 다쿠미. 생모가 어린 나이에 자신을 낳아 키울 형편이 되지 않자 양자로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고등학교 때 알게 되고 그 즈음 양부모의 사이도 나빠져 그는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생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날도 결국 직장에서 짤리고 놀이공원에 있던 다쿠미에게 한 청년이 다가온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 자신을 도키오라고 하는 그는 왠지 거부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긴다. 그 즈음 수중에 돈도 없고 사귀던 여자에겐 이별 통보까지 받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녀를 찾는 수상한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면서 다쿠미는 도키오와 함께 그녀의 행방을 찾아 오사카로 향하면서 온갖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는데... 여기에 얼마 전 유명 화과자점의 후처로 들어갔던 생모가 위급한 상태라는 그녀의 딸(전처의 딸이다)로부터 한번 와달라는 연락을 받은 상태.
이상하게도 도키오는 그에게 이곳을 꼭 찾아가야 한다고, 그곳에 가면 다쿠미의 인생이 지금과는 달라질거란 말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나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먹이며 다쿠미와 잘 알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아니 다쿠미만이 아는 이야기를 흘리듯 하는 도키오라는 젊은이... 자신을 형이라 부르면 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함께 뛰어든 이 친구의 정체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타임슬립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와 같은 과학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이 궁금할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그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음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오히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될대로 되라는 식,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나를 버린 생모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인생을 남탓만 하며 살고 있었던 23살의 다쿠미가 자신을 미래에서 온 아들이라고 말했던 도키오를 통해 변해가는 모습이 그리고 현재로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였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