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린
장래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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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치 유럽 동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절벽 위의 성이 인상적인 표지의 책이다. 그런데 그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무려 지금으로부터도 50년 가량이 지난 즈음의 먼 미래 이야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 그보다 더 빠른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을 생각하면 이때보다는 더 이후의 이야기이겠지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홀린』.

 

AI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걱정하는 부분이 어쩌면 인간이 만든 AI가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지배하지는 않을까하는 부분인데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는 흔히 지금의 보통 인류를 1세대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인간은 유전자 교배나 나름없는 연구로 2세대인을 만들어 냈고 지금은 3세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세대가 진화된 인간들은 인간이 그토록 우려하던 보통의 인간(어쩌면 1세대쯤 되겠다)들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오히려 더 뛰어넘어버리는 수준에 이른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재희다.

 

몇 안되는 1세대 인간이였던 연인 은성의 죽음 이후 그녀를 되살리고 싶은 재희, 그러나 미래인류연구소의 소장이자 자신과 오빠 재범을 탄생시킨 엄마 박민경 소장의 모든 통제 아래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재희가 살고 있는 미래는 참혹하다. 딱 지금의 환경 오염이 계속 진행된 경우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더이상 환경이 오염되고 그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만들어진 3세대들. 아주 소수만 태어나는(매 해 딱 20명씩만 생산, 그렇다. 생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뛰어난 능력만큼이나 영생을 할 수 있지만 재희의 연인 은성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죽음이 3세대에겐 기피의 대상이라면 은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장애를 가진 몸을 물려주고 싶지도 않거니와 설령 그 문제가 해결된 채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랬던 은성이 재희에게 임종 전에 함께 있다는 말을 남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 말을 찾아야만 그녀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일종의 근거가 되기에 결국 재희는 불법적인 일도 감행하기에 이른다.

 

연인을 살리기 위해 오빠의 도움을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아이러니하게도 죽은 오빠의 시신이 그녀에게 상속되어 연구소로 오게 되는데...

 

오빠의 죽음은 단순히 가족을 잃은 슬픔과 충격을 넘어 영생에 가까운 능력을 부여받은 3세대 인간을 만든 엄마인 박소장에겐 연구의 실패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에 재희는 오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고자 살아생전 오빠가 운영했던 홀린이라는 가상현실 플랫폼에 대해 알아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1세대 인간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등의 충격적인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인간이라고 하면 육체와 정신을 모두 갖춘, 이 둘이 정상적인 작용을 하는 존재를 의미할텐데 이 책에서는 인간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함과 동시에 새로운 인류의 등장이 현실과 이전 인류들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발상을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던 책이 아니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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