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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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특히나 어딘가로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낯선 환경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경은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데까지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는 스타일이다. 걱정도 많아서 괜시리 없는 걱정도 사서하는 경우라 무작정,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말은 자주 하지만 정작 가라고 등 떨밀면 두 발로 꼿꼿하게 서서 잠깐 생각 좀 해보자고 버틸지도 모른다.

 

대중에겐 본명 보다는 슛뚜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의 작가는 이런 나의 성향과는 거의 완벽하게 반대인것 같다.

 

 

스스로도 자신의 여행 대부분은 다분히 충동적인 결정에서 나온다고, 일단 저지르고 나면(비행기를 표를 예약하는 것과 같은 상당히 구체적인 행동을 말한다.) 어떻게든 그에 맞춰서 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것 같다. 무작정 떠나기 보단 계획이 주는 안정감도 있겠지만 때론 실수나 잘못에서도 그게 생명에 큰 지장을 줄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면 오히려 정해진 루트에서의 여행보다 더 큰 묘미를 선사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해외여행 역시도 일단 비행기 표부터 사고 열심히 경비 마련해서 떠났으니 말이다. 그렇게 길게는 한 달 넘는 시간을 여행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짧게 며칠 다녀오기도 하는 등의 낯선 곳들에서 경험한 그동안의 여행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 바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여행이 낯설기에 제대로 숙소를 확인하지 않고 지명이 비슷해 보여서 로마 여행을 중심지에서 상당히 먼 곳으로 예약하지만 오가는 과정에서 현지인들과 섞여 차 한 잔의 추억을 남기기도 하고 입석으로 가는 기차표를 타고 덜컹거리는 기차의 차량 사이에 앉아 가고 다시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리는 실수를 하지만 걸어가는 그 길에서 마치 그림 속으로 들어온것 같은 풍경을 걸어보기도 한다.

 

처음 와보는 곳에 너무 마음 들었던 영국의 브라이턴, 그곳에서 더 들어가야 했던 세븐 시스터스에는 다시 혼자 찾아와 낯선 인연과의 추억을 남기기도 하고 친한 친구와 동행해 자신이 느낀 그때의 감동을 친구와 공유하기도 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겨울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풍경에 점심도 잊은 채 풍경을 감상하고 잘못 예약해 도착한 스페인의 도시 시체스는 오히려 더 큰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영국에서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던 포르투갈, 포르투. 겨우 타고 간 비행기에서 내려 숙속에 도착하기까지 힘든 여정은 숙소에 도착해 기분을 만회하지만 또 익숙지 않은 도시와 도로는 힘들게 한다. 그러나 마치 버스에 실려 다니는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저 버스에 앉아 오래도록 도시 풍경을 구경하는 투어 아닌 투어는 굳이 걸으면서 보지 않아도 여행할 수 있는 또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세계 최고의 파도가 치는 곳에서 잔잔한 풍경을 마주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모두가 바라는 바를 자신도 똑같이 바랄 필요도 없고 때로는 그렇지 않은 모습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낄수도 있으니 말이다.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였던 것은... 우리가 해외여행하면 무엇을 보고, 어디를 가고 하는 식의 정답처럼 생각하는 그 행동을 벗어나 오히려 현지인처럼 그냥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온다는 것이다.

 

때로는 숙소에 반해 숙소에서만 머물다시피하고 온 경우도 있다. 무려 스페인의 이비사에서 말이다. 이비사하면 휴양지, 그리고 클럽이 유명한데 오히려 저자와 친구는 숙소에 반해 그곳에서 머물기 위해 갔다니 말이다.

 

누구나가 따른다고 다 정답은 아니다. 그리고 발리에서는 페카투에 머물다 우붓으로 갔지만 페카투에 대한 마음이 행동을 이끌어 1박을 하지 못할 상황에서 채 7시간 정도를 머물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페카투의 호텔로 다시 돌아온 경우도 있다.

 

페카투를 다시 들르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그게 더 후회할것 같았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여행에 너무 큰 목적을 갖고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것을 쫓아 가는 행복감마저 느껴진다.

 

그동안의 여행기를 한 권에 담았기에 참 많은 곳들에서의 추억이 소개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나라별로 묶어 소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제목처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 여행은 제주에서의 한 달 살기.

 

여전히 인기있는 한 달 살기를 제주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쩌면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해외에서 한 달 살기도 가능한 분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편안하게 쓰여진 글, 스스로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여행을 즐기시는 것 같고 또 한편으로 그것을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가님의 첫 번째 도서인 『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를 만나고 여행기로 또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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