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의 눈물
권지예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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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쿠바. 참 매력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자동차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올드카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거리의 색색깔 집들이 원색의 촌스러움 보다는 강렬한 생명력을 보이는 모습들. 외국인과 내국인이 사용하는 화폐가 다르다는 것 등등...

 

여행지로써 매력적인 쿠바를 생활인의 모습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베로니카의 눈물』을 읽으면서 문득 쿠바의 진짜 모습, 그리고 어쩌면 경제상황이 힘들어지고 있는 남미의 여러 나라들의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권지예 작가의 이 작품은 표제작인 「베로니카의 눈물」을 포함해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중 「베로니카의 눈물」에서는 외과의사도 투잡을 뛰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종의 민박집 관리인으로 일하며 한달에 1만 2천원 정도를 버는 사람, 그리고 돈이 있어도 부족한 공산품에 물건을 구하기 힘든 경제상황, 배급으로 빵과 커피를 받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정말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싶었던게 솔직한 마음. 주인공 모니카는 한국인 작가다. 글을 쓰기 위해 한국과는 열 시간이 훨씬 넘게 시차가 나는 쿠바에 온다. 그리고 한 카사(민박집)에 머물게 되는데 여기를 관리하는 사람이 70살이 넘은 베로니카.

 

지나치게 붙임성이 많은 그녀는 수시로, 게다가 불시에 민박집에 들이닥친다. 처음 혼자 있기 위해 집을 빌렸다가 지나치게 자주 찾아오는 베로니카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베로니카와 마음을 터놓게 되지만 이후 사라진 돈으로 인해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

 

여러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결국 한국으로 돌아 오기 전 그녀가 소원이라는 카사를 운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얼마간의 돈을 건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진 분위기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집에서 책을 정리하다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돈을 발견하게 되는데...

 

뭔가 짠한 마음이 느껴지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과연 베로니카는 자신의 꿈인 카사를 직접 운영하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던 이야기다.  역시나 쿠바 여행기를 담은 수현이란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파라다이스의 빔을 만나는 시간」도 흥미롭다.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재이라는 인물이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나」는 마치 삶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파리 역시 그속에 존재하는 한 현실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현주라는 여성이 미경이라는 동창부부를 대신해 세미나에 참석하고자 딸인 서연을 데리고 미국으로 간 후 벌어지는 이야기로 현주로서는 그저 딸이 예민하다고만 생각했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카이로스의 머리카락」는 결혼 25주년을 맞아 무려 15년만에 함께 발칸반도로 여행한 부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들은 마치 졸혼을 떠올리게도 하는 복순 부부의 이야기로 어찌됐든 표면적으로는 괜찮은 사이라고 생각했던 부부가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 한켠에 제쳐두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며 마지막 작품인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는 이전의 작품들이 쿠바, 프랑스, 미국, 발칸반도라는 해외여행지가 아닌 한국을 무대로 한 이야기인데 「베로니카의 눈물」이 쿠바의 현실을 그려냈다면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단면이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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