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등으로 유명한 무레 요코의 신작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는 어쩌면 제목 때문에 더 끌렸던 책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지만 살아보니 오히려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많은것 같고 하고 싶은 일은 점점 더 제약이 생기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랑 맞지 않다면, 그럼 안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왠지 반문하는 그 쿨함이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저자 스스로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들에 대해 써내려간 이 에세이는 목차도 남다르다. ‘Not To Do List’라고 이름 붙여진 목차는 욕망, 물건, 생활로 sheet를 나눠서 소개하는데, 사실 평소에 ‘To Do List’는 많이 작성했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전날에 적어보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할 일을 적어보기도 하는 식으로... 그런데 이렇게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しない(시나이, 하지 않을래)’에 초점을 맞춰 본 적은 없는것 같다.

 

손쉽게 하던 것들,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리고 남들이 다하니 왠지 하지 않으면 어딘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남들이 생각할지도 모르는 사회의 보편적인 관념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들까지 각 sheet당 5가지의 ‘Not To Do List’가 소개된다.

 

 

그중 몇 가지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참 많이 하는 인터넷 쇼핑, 저자가 어떤 경위로 인터넷 쇼핑(해외 직구 포함)의 세계에 발을 들였고 또 어떤 이유로 그만하기로 했는지가 나오는데 책 같은 무게가 있는 것은 사실 사서 들고 다니기가 쉽지 않은데 집까지 배달해주니 좋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리고 나는 아직 해본 적은 없지만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책 같은 것들은 해외 사이트에서 사기도 할 것이다.(물론 책뿐만 아니라 다른 물품도)...

 

그러나 물건을 못 받게 되거나 잘못 배송되거나 아니면 잘못된 배송에 관한 고객 응대의 불만, 쇼핑몰에서 보는 것과 많이 차이나는 등등의 인터넷 쇼핑의 문제점들을 대부분 겪으면서 점점 그만 두게 되는 사례다.

 

여기에 왠지 여자라면 당연하게 해야 할것 같은 화장, 하이힐 등도 있고, 어떤 중독 같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SNS나 카페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달라져서 비혼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전히 결혼이 늦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관심을 가장한 오지랖을 펼치게 되는 결혼에 대해, 그리고 너무나 쉽게 내뱉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을 상대방의 감정을 잘 배려하지 않게 되는 말에 대해, 인간 사이의 관계 등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중에서 나의 2020년 ‘Not To Do List’가 있다면 바로 뒤로 미루기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막상 어떤 마감처럼 그 시기를 놓치면 안되어 결국 해야 할 일이라면 빠르게 해내진 않더라도 조금씩이라도 해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조금은 발상의 전환으로 2020년 목표를 뭘로할까를 새워봄과 동시에 2020년 ‘Not To Do List’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어쩌면 둘은 전혀 다른 듯 하지만 은근히 일맥상통하는게 있지는 않을까.

 

하지 않겠다는 것, 하고 싶다는 것, 해야 할 일이라는 것. 이 세 가지는 결국 내가 내 인생을 좀더 충실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표현만 다를 뿐인 같은 목표를 위한 수단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