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미술관 - 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나?
김소울 지음 / 일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미술이 심리치료에 이용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감상을 통해서일수도 있고 때로는 내담자가 그린 그림을 통해서 그 사람의 심리를 분석해서 그에 맞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미술 작품에 대한 커다란 지식이 없더라도, 또 심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어떤 장소에는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단순히 인테리어 소품을 넘어서는 심리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치유미술관』는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이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의 그림을 보고 느꼈다는 황홀경에 대한 묘사에서 나온 '스탕달 신드롬'에서 '그림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소울마음연구소'를 찾은 내담자들-유명화가가 그 주인공이다-과 닥터 소울이라는 미술심리치료 전문가의 내담 일지를 묶은 형식인데 내담자도 실존 인물이며 심지어 한국인들도 좋아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화가들이다. 그리고 닥터 소울 역시도 현재 서울에서 미술치료실을 운영하는 전문가라고 한다.

 

내담 형식은 분명 픽션이다. 그러나 내담 일지에 나온 주요한 내용들은 논픽션이다. 평탄한 삶을 살았던 화가들이 아니라 때로는 문제화가로까지 불리기도 했던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지니고 있던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것이다.

 

내담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16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총 15명. 픽션의 형식을 빌려 왔지만 내용은 논픽션이라고 보면 된다. 15명의 화가에는 절규(비록 작품명은 몰라도 작품은 알 것이다)를 그린 뭉크, 작가 자체의 능력보다 왠지 로댕과 묶여서 늘 저평가 받는것 같은 클로델, 드가, 마네, 르누아르, 세잔과 고갱, 고흐, 고야, 실레 등이다.

 

사실 로트렉와 젠틸레스키, 모리조를 제외하고는 익숙한 인물들이다. 책은 내담자의 사진과 정보(그러니깐 화가의 이름, 생일, 국적, 그가 겪고 있던 심리적 문제들, 그의 상담에서 주목해야 할 그가 겪은 주요 사건들)가 먼저 나오고 이어서 내담자가 소울마음연구소를 찾아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의 기분 상태를 묻고 어떤 심리적 문제가 있는가를 천천히 풀어가는 방식은 그야말로 일반적인 심리치료소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 단순히 글로 해당 화가의 상태나 심리 분석, 치료 방법을 나열했다면 분명 지루했을지도 모를 내용이나 이렇게 실제 내담일지처럼 쓰여져 있어서인지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상담 과정에서 그 심리나 상황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그림도 함께 실어놓았기 때문에 왠지 작품 해석을 보는 기분도 든다. 게다가 화가의 심리를 알고 그림을 보니 그림에 대한 깊이나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며 그림에 대한 의미도 상당히 크게 와닿아서 좋았다.

 

멋진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명화가의 생애를 전부 알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그가 살아생전 어떤 고통이 있었고 어떤 점에서 소위 문제화가로 불렸고 어떤 이유로 그런 그림들을 그렸는지 등에 대해 알게 된것 같아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 화가에 대해 정보가 없는 사람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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