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주인
레지 드 사 모레이라 지음, 이희정 옮김 / 예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책방에서 자신이 읽어본 책만 파는 책방 주인』. 어쩌면 이런 책방 주인이 운영하는 책방이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 어느 한 지점에 어쩌다 들어간 사람들도 나오고 난 뒤에 거기에 서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 속에서 잊어버린 채 살아갈것 같다. 너무 외곽도 아니고 구석이나 한 모퉁이도 아니며 그냥 보통의 길목에 있는 서점.

 

이 곳에 책방 주인이 혼자 운영한다. 그런데 이 사람 너무 특이하다. 책을 너무 사랑한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해서 하루 중 대부분을 책을 읽는다. 게다가 거의 먹지도 않는다. 그런데 몸집은 제법 있다.

 

특이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책방 주인은 오직 자신이 읽는 책만을 판다. 쓰레기 같은 책을 팔지 않기 위해서는 그 책이 쓰레기 같은지 아닌지를 알아야 하니 자신이 일단 읽어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쓰레기 같은'이란 기준은 뭘까?

 

유행에 민감한 책은 팔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 가지 종류만 파는 것도 아니다. 분야는 다양하다. 그런데 딱히 수입이 크진 않을것 같은데 의외로 책방은 점점 더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만나는 친구도 없다. 그가 책방 주인이라는 사실, 책방이 여자들에게 인기있는 장소여서 소위 말하는 여자를 꼬셔보기에 좋을것 같은 장소라는 말들로 친구들 사이에서 그가 거론되었을 때 책방 주인은 그들과의 관계를 끊는다.

 

그에겐 형제와 누이들이 많지만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오히려 모두 전세계에 흩어져 있다. 책방 주인은 책을 읽다가 마음을 끄는 페이지가 있으면 그 장을 찢어서 형제와 누나들, 이제는 조카들까지... 아무튼 누군가에게 보낸다.

 

딱히 말이 없다. 그냥 그 페이지만 보낼 뿐이다. 그리고 형제와 누나들은 누가 되었든 매일 한통씩 그에게 편지가 닿도록 한다. 아무튼 가족들도 평범하지 않은것 같다.

 

먹지 않고,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오롯이 책을 읽기 위해 태어난 사람마냥 책읽기에 몰두하는 그의 이야기, 게다가 간간이 그곳을 찾는 책방 주인만큼이나 독특한 사람들과 그의 주고 받는 대화, 그가 책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주를 이루는 이야기다.

 

상당히 몽환적이면서도 무섭지는 않지만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야기는 책을 읽는 동안에도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제목을 보고 뭔가 명확한 스토리나 결말을 기대하고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이게 뭐지?' 싶은 당혹감이 들게 할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래서 책으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든 공간에 꾸미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분명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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