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 - 오늘, 우리를 위한 그리스신화의 재해석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그리스신화에 관련한 책은 상당히 많다. 신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변형된 이야기, 다른 분야와 융합시킨 이야기까지 내용이나 형식면에서도 상당히 다양한데 이번에 만나본 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의 경우에는 제목 그대로 그리스신화를 인문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신화 그 자체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고대 철학서를 현대에서도 읽는 것은 그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책도 바로 그런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신화 속 이야기들을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총 4부에 걸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참 잘 매칭을 시켜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다를것 없어 보이는 삶에서 우리는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는데 시시포스라고 하면 돌덩이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그 돌덩이는 다시 아래로 굴러가고 이 행위를 무한 반복하는 인물이다.

 

힘들게 돌덩이를 밀어올리는 형벌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행위의 '반복'에 있다는 것. 과연 시시포스에겐 희망이란게 있을까? 그는 정말 그 돌덩이를 언덕 너머로 구릴거라 생각했을까?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고통의 순간은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삶 어딘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시시포스 같은 극단적인 실패의 반복이든, 또다른 형태이든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통을 넘어 희망을 끈을 놓지 말아야 함을 역설하는 이야기는 분명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인간에게 불을 건내 준 이유로 독수리에게 간이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인간에게 불이 가져 온 유익함과 함께 이토록 많은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제우스와 왜 인간에게 불을 주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그 행위를 한 프로메테우스에게 이렇게나 끔찍한 형벌을 가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신화가 상당히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만나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이런 의도로도 읽힐 수 있구나 싶어 재밌었다.

 

그리고 이카로스의 신화에서는 하늘을 날고자 했던 그의 도전을 두고 무모했는지 아니면 그 실험 정신을 높이 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현대의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발명품들이 불러 온 효용과 문제점을 동시에 생각해보게 만들면서 독자들에게 한편으로는 윤리적인 문제도 놓치지 말아야 함을 이야기 한다.

 

좀더 인간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이성과 감성에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욕망을 타락이나 추한것으로 인식하는 경우와 반대로 성스럽게 생각한 경우를 나란히 보여줌으로써 둘에 대한 가기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아마도 최근 사회적인 흐름과 관련해서 기획된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신화 속에서 만나는 남자와 여자의 지위, 위치, 그리고 주종 관계나 평등의 개념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이야기를 보면 오디세우스의 가부장적인 모습, 그래서 집안을 너무 챙기지 않는 모습, 나아가 아내를 좀더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모습도 볼썽사나웠지만 그보다 더 꼴불견이였던 것은 오디세우스가 전쟁으로 집을 비운 사이 페넬로페에게 구혼을 한답시고 궁에 머물면서 자신들의 재산도 아닌 가축 등을 잡아서 먹으며 가산을 탕진했던 구혼자들이다.

 

여기에 아들은 이 모든 불한당으로부터 아무도 지켜낼 힘조차 없었고 말이고 여러 꾀를 내며 어떻게든 혼자서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했던 페넬로페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렇게 지켜낸 모든 것들(페넬로페의 정절은 물론 이거니와)에 비해 오디세우스는 그렇지 못했음을 보면 뭐랄까... 우리 표현으로 치자면 최고의 열녀로 칭송받았던 페넬로페는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싶어지는 씁쓸함이 남는 이야기였다.

 

신들의 세계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세상사, 인간사의 이야기를 만나본 기분이 든다. 아울러 신화 속 이야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화를(비교적 가장 유명한 화가의) 함께 실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그림을 함께 보면 이야기가 좀더 극적으로 느껴져서 읽는 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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