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 혼자인 내게 그림이 다가와 말했다
이소라 지음 / 봄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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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는 에세이, 좀더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예술 에세이이다. 예술 분야에서도 그림을 매개체로 하고 있는데 이 그림이 보통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림들보다는 그 반대인 경우도 좀더 많아서 개인적으로 훨씬 좋았던것 같다.

 

모든 그림에는 그 그림을 그린 예술가와 그림을 그릴 당시나 그림을 둘러싼 스토리가 있을텐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와 함께 저자가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주제에 맞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함께 덧붙여서인지 더욱 흥미롭다.

 

게다가 어쩜 그렇게 그림과 이야기가 잘 맞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이건 그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고 또 그 이상으로 그림에 대해 평소 애정을 갖고 많이 접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책은 간결하게도 2 Part로 나누어서 소개하는데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말들과 괴롭게 하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맞는 그림 이야기다. 각 Part 당 7가지 소주제로 이야기가 나오는데 평소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을 저자는 잘 캐치해서 담아낸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말들의 예를 보면 '너는 00만 하면...' 이런 말, 분명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지랖 넘는 말들이다. 상대는 관심이라 표현할 수도 있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지나친 참견일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런 말들에 대해 저자는 19세기 프랑스 화가(여성)를 등장시켜 그 당시 보통의 여성들에게 요구되던 외적인 모습이나 행동, 그림의 주제와는 완연히 다른 삶과 그림을 몸소 실천했던 로자 보뇌르를 등장시켜 이야기 한다.

 

당시로써는 보기 힘든 단발에 말 시장에 남장을 하고 가서 그림을 그렸던 여성 화가. 게다가 그 그림 속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바로 화가 자신임을 안다면 그림은 더욱 흥미롭다.

 

또 예민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말에 대한 원래의 사전적 의미를 보여주는데 보통 이 말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사전에 쓰여진 말은 상당히 좋은 의미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성향을 지녔던 피에르 보나르라는 화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에 담긴 그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두 점이 바로 피에르 보나르였다.(상단의 그림 두 점)

 

Part 2에서는 우리를 괴롭히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여자답게라는 틀에 대해, 나이듦에 대해, 그리고 주변의 온통 행복함이 넘쳐 흐르는것 같은 때에 자신은 그렇지 못한게 아닐까 하는 순간들에 대해, 다음으로 미루는 것에 대해 등을 말한다.

 

불우했던 시간을 보냈던 로비스 코린트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그림을 배우게 되고 스물 두 살이나 어린 아내 샤롯데를 만난 후 아내를 뮤즈 삼아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 화폭에 그녀의 모습을 담아냈던 이야기, 그러나 병으로 왼쪽 몸이 마비되어 더이상 이전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는 아픔,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다시금 아내의 모습을 그린 그림에서 분명 건강할 당시의 그림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이나 그 또한 충분히 매력적임을 생각하면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순간을 포착해낸 사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주세페 데 니티스의 그림도 흥미로웠는데 「정원에서의 아침 식사」를 보면 아내와 아들이 정원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과 빈 자리 하나가 눈길을 끄는데 상당히 평화로워 보이는 그 순간, 비어있는 자리는 바로 아내와 아들을 그리는 주세페 자신의 자리였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졸중으로 운명을 달리했는데 살아 생전, 단순하지만 소소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과 클래식한 감각으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소소한 디테일이 바로 내가 느낀 사진 같다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주세페의 「정원에서의 아침 식사」를 통해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이제는 영원힌 빈자리로 남겨져 버린 그 아침 식사 풍경을 보면서 무엇을 하든 그 현실에 충실하기를 이야기 한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그림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점도 좋아서 읽는 묘미가 있었던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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