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
루시 나이즐리 지음, 조고은 옮김 / 에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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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는 이 책의 작가인 루시 나이즐리 자신의 이야기다. 제목에서 말하는 어느 싱글은 작가이고 시니어는 그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다. 그러니 손녀가 조부모님을 모시고 크루즈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인데 특이한 점이라면 조부모님이 두 분 다 치매 증상이 있다는 것.

 

사실 한 분도 모시기 힘들것 같은데 무려 두 분을, 그것도 한 사람이 돌본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돌봄의 장소가 집이 아니라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웠다. 배 위에서 두 분을 혼자서 돌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새로운 작품의 출간을 앞두고 여유가 생긴 싱글의 작가는 무엇을 할까 하다가 두 분을 모시고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크게 어려울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던것 같다.

 

할아버지는 2차대전 참전용사로 두 분은 그 당시 만나 결혼을 했고 장성한 자녀를 두고 손주까지 둔 긴 세월을 함께 하셨다. 이제는 요양원에 함께 거주하고 계신데 손녀가 기꺼이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하지만 막상 크루즈 선을 타러 가는 과정도 쉽지 않다.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본인 혼자라면 금방 끝날 입국수속도 두 분을 모두 챙겨야 하니 수비지 않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크루즈 선에 도착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고집스런 행동, 그리고 돌발행동 등은 열흘 가까운 전체 일정 동안 작가를 녹초가 되게 한다.

 

한시도 긴장의 끝을 늦출 수 없으니 밤이 되면 그야말로 기절상태다. 그래도 무사히 여행을 끝내고 다시 똑같은 과정을 거쳐 두 분을 요양원에 모셔다 드린 후 지친 자신을 위해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순간까지도 현실은 그녀를 힘든 상황에 처하게 하지만 그래도 집에 도착한 후에는 그야말로 후련한 마음을 갖게 한다.

 

비록 책이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지켜 본 독자조차도 그동안 작가가 두 분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을 보면 왠지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수고 많았다고 이젠 좀 편하게 두 분 걱정을 내려놓고 푹 자라고 말해주고 싶었을 정도이다.

 

 

분명 남이 봐도 힘들었을 여행기다. 작가가 집에 도착한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가니 말이다. 그럼에도 두 분과 함께 선상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던 그린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가에겐 그 시간이 결코 힘들었던것만은 아니였구나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 두 분의 집을 방문에 함께 시간을 보냈던 시절이 교차하고 치매로 인해 이제는 더이상 책을 읽지 않는 두 분의 모습처럼, 여러 면에서 달라져버린 현실이 세월의 무상함과 쓸쓸함을 느끼게도 하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작가에겐 의미있는 시간이였을거란 생각도 든다.

 

책이 한 가지 더 흥미로웠던 것은 할아버지가 자신의 회고록을 써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건냈는데 작가는 이 책을 이번 여행에 가져갔고 책 사이사이에는 그 회고록도 함께 실려 있다. 다만, 할아버지의 비교적 솔직한 표현이 제법 나온다는 점은 참고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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