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어느 유명 휴양지의 떠올리게 하는 표지가 참 예쁘게 느껴지는 책, 『보소 그랑 오텔』. 과연 무슨 내용일까 상당히
궁금해진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몽환적인, 그래서 한편으로는 남프랑스 해변가에 위치할것 같은 이름을 가진 이 건물은 바로 민박집
이름이다.
뭔가 민박집 이름 치고는 상당히 거창해보기도 한데 여름 휴가가 끝나 이제는 한산해진 이곳에 어딘가
모르게 휴가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먼저 민박집 딸이자 현재 여고생인 나쓰미, 여기에 이상한 분위기의 여인 사토, 아저씨
스기누마, 청년 다나카.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보소 그랑 오텔을 찾았다. 이들은 절대 일행이 아니다. 딱히 접점도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큰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산한 분위기의 해변가 민박집 보소 그랑 오텔이
있다.
먼저 사토 회사원이 그녀는 여느 직장인이 그러하듯 직장 내에서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다가
여느 직장인과는 다르게 이곳으로 왔다. 물론 퇴사는 아니고 나름 유급휴가를 쓴 채다.
'지나치게 음침한' 분위기의 사토는 민박집에 고민을 선사한다. 철지난 민박집에 이런 분위기의 여성이
홀로 투숙을 했으니 민박집으로서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는게 아닐까 고민스럽기는 할것 같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나치게 밝은 스기누마라는 투숙객. 사토가 그저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라면 스기누마는 겉모습과 달리 어떻게 보면 진짜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 여기에 우연히 카메라에 담긴 영상 속 여고생에게 반해 이곳을 찾은
대학생 다쓰로.
여기에 주인집 딸이자 그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나쓰미까지. 어찌보면
평범한 군상들의 모음이자 그래서 한편으로는 현실감이 느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했던 이들이 뜻하지 않은 시간, 뜻하지 않은 장소 보소 그랑 오텔에서 2박
3일 이라는 시간을 머물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한 여름 무더위를 넘긴 시간, 조금은 서늘한 감으로 다가오는 날씨만큼이나 마음에 묘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전혀 인연이 없던 이들이 특수한 공간에서 이렇게 인생에서의 3일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들은
아주 특별한 인연이 맺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딘가에 이런 분위기의 민박집이 정말 있다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