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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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는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5번째 이야기이다. 사실 1편이 무려 12년 전에, 개정증보판도 6년 전에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읽어보질 못해서 어떻다고 할 수 없지만 미술과 화학자의 콜라보는 언뜻 낯설게 느껴져서 과연 이 둘은 어떤 접점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에 먼저 읽어보게 된 것이 최근작인 두 번째 도서이다.

 

이런 나의 의문은 서문에서부터 밝혀지는데 미술의 주된 원료인 물감이 화학물질이라는 저자의 말을 듣고보니 어쩌면 미술을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그 어떤 책들보다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마냥 미술을 화학적으로 분석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그건 아마도 어릴 적 꿈이 화가였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그림 자체에 대한 관심(을 넘은 애정일지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단순히 원료의 화학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해당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 화가가 살았던 시대 분위기(정치, 역사와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물론 그림 그 자체에 대한 감상평도 함께 어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분명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너무나 유명한 클림트의 그림을 예로 들면서그가 금색에 매료되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금이 미술재료로서 미술가에게, 또 그림으로 표현되었을 때 어떤 분위기를 자아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으며 클림트의 인생사에서 그의 여성편력(그의 사후 무려 열네 명의 여성들이 친자확인 소송을 했다니...)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에 걸쳐 마치 정신적인 사랑을 한(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정작 그 당사자인 에밀리에겐 상처였다고 하는데 참고로 에밀리는 클림트의 그 유명한 그림 「키스」의 주인공이기도 하단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냐 외설이냐로 논란이 되기도 하는 누드와 나체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 그림에 이어서 약간의 변형을 보여주는, 그러면서 점차 신적인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보여주는것 같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비교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좋아하는 작가인 고흐의 그림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데 고흐하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 바로 <해바라기>인데 최근 이 그림 속 해바라기 잎이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를 해바라기 잎이 시들이 시작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진실은 고흐가 그림을 그릴 당시 밝은 노란색을 얻기 위해 사용한 원료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당장엔 육안으로 식별될 정도로 변색이 심각하진 않으나 만약 그래도 둔다면 정말 갈색 해바라기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아직 이 그림을 직접 관람하지 못한 세상의 수많은 고흐 팬들을 위해서라도 관계자분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아닌 바람도 하게 된다.

 

 

책은 이렇게 그림이 그려질 당시의 상황, 완성된 그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현재에 이른 그림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도 다각도에서 들려준다. 그래서 재미있다.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매력적인 책인 것이다.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아니 오히려 그 능력을 적극 활용해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화가와 어쩌면 그 보다 더 유명한 그림들에 대한 작품 해석과 평가, 그림과 화가에 얽힌 뒷 이야기 등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1권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절실해진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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