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한 단 한 가지는 바로 죽음이다. 돈이 많든 적든, 높은 지위에
있든 그렇지 않든, 현재로써는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비록 그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보통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을 때 죽을거라 생각한다. 보통 평균 기대수명이라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에 훨씬 못 미치게 불의의 사건이나 사고, 그리고 질병으로 세상과 일찍 작별을 고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소개할 『내가 어릴 적
그리던 아버지가 되어』의 저자 역시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인구가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경우 장수하는 분들이 더욱 많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서른다섯의 나이에 앞으로 남은 시간이 3년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가혹하게
느껴진다.

시한부 인생...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들어봄직한 그 말을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이 책의 저자 하타노
히로시는 듣게 된다. 지난 2017년에 병원에서 혈액암의 일종이기도 한 다발골수성을 진단받게 되고 3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아들은 겨우 2살 밖에 되지 않은 상황. 어쩌면 지난 2년의 시간보다 앞으로
20년, 30년이 더 아빠가 필요할 아이를 생각하면서 저자는 과연 무엇을 남겨야 할지를
고민한다.
돈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한때나마 허튼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돈은 있다가도 없고
스스로가 벌수도 있다. 또한 돈이 있어 해결될 문제보다 그렇지 않을 경우의 문제에서 누군가가 그 문제를 헤쳐나갈 힘이 되어주어야 할텐데
어찌할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웹사이트에 아이에게 편지를 쓰듯 글을 남기게
된다.
지인으로부터 소중하게 간직하던 것들을 화재로 잃었다는 이야기도 한 몫 했다. 그렇게 쓰게 된 편지는
의외의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해주던 사람들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고민을 담은 이야기를 받게 된
것이다.
결코 의도한 바가 아니기에 망설임도 있었으나 생각해보니 이런 고민들 역시 훗날 자신의 아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될, 하게 될 고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성심껏 답변해주게 되고 이또한 화제가 되면서 이렇게 책으로까지 출간하게 된 것이다.
책에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굳이 자신의 아픔을 끄집어내 신파조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그가 글에서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는 '온화함', 아들이 온화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글 속에서도 느껴진다고 해야할것 같다.
딱히 사진 한 장 없이 써내려가던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 이르러 아들과 함께 한 저자의 사진이 담겨져
있다. 저자가 환하게 웃고 있는 반면, 아이가 우는 듯한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다시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
보내기. 어쩌면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그 일들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되겠구나 싶다.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그 쉬운 일들조차 할 수 없는 순간이 언제 닥쳐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