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작가님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를 읽고 문득 나의 '슈필라움'은
어디인가, 내지는 나에겐 진정한 '슈필라움'이라고 부를만한 공간이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다.
생각해보면 없는것 같다. 그래서일까. 최근 내가 주방 한 켠에 나만의 책상을 높고 싶은 마음이 든다.
주방과 어울릴지도 모르면서 마냥 놓을 공간과 그 공간에 놓을 책상을 찾아볼 때도 있다. 두 번째 후보지로는 베란다이다. 테이블 겸 책상을 놓아
나만의 공간으로 삼고 싶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이런 생각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 슈필라움에 대한 갈망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작가님이 연고도 없는 여수로 향해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만들고 또 오리가슴이라는 작은 배도 구매하고 화실에서 그림도 그리다
역시나(?) 박치호 화가의 꼬임 아닌 꼬임에 넘어가 여수 앞바다에 있는 수많은 섬들 중에서 하나에 자리한 다 쓰러져 가는 미역 창고를 구매해
화실로 삼기로 한다는 걸 보면 작가님에게 있어서 슈필라움은 유화작가로서의 창작열을 불태울 공간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처음 박 화가가 아틀리에에 반해 자신에게 팔라고 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고 낡은 횟집 식당을 개조해
아틀리에로 쓰게 되는데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는지 주인에게 팔라고 했으나 끝내 그러진 못했나 보다. 결국 그렇게 해서 얻게 된 것이 여수 남쪽
섬의 낡은 미역 창고였고 그야말로 신축에 가까운 작업 끝에 처음 그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그야말로 작품 같은 공간이
탄생한다.
이 모든 과정은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온전히 작가님만의 슈필라움이 완성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여수에 내려가 생활하는 동안의 이야기와 여수의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그러는 동안 화가로서의 작품 활동과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유화
작품도 함께 실고 있어서 작게나마 작품 전시회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도 좋았다.
동시에 말로는 또 박 작가의 꼬임에 넘어간듯 이야기해도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이끌어가는 가운데
그토록 원하는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넘어 이제는 자신의 주변인까지 슬슬 꼬드기고 있는 걸보면 어느새 그 주변은 고립된 공간이 아닌 하나의 작은
예술촌 같이 변모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