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언제 읽어도 확실히 가독성이 있다. 이는 작품의 소재가 흥미롭고 스토리도 재미있는 이유가 클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를 보태자면
사회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재미로 읽고 말기엔 아까운, 전체 스토리와나 주제와 관련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물론 작가도 자신의 생각을 결말 속에 담아내기도 하지만 말이다.
『편지』는 국내에서도 이미 출간된 바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리커버북으로 처음 만나본다.
출간 당시 상당히 화제가 된 모양이다. 영화로도 개봉되었다고.
이 작품은 평소 히가시노 게이고가 보여준 미스터리/추리 장르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이야기는 부모님을
여의고 살아가던 형제 중 형이 동생의 대학입학금을 마련하려고 이전에 이삿짐 센터에서 일할 당시 가본 적 있는 홀로 사는 부자 노인의 집을 다시
찾아가 강도 행각을 벌이면서 시작된다.
사람이 없을거란 생각에 돈만 훔쳐 달아나려던 것이 노인에 의해 발각되어 결국 우발적 살인으로 이어지고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던 탓에 멀리 달아나지 못하고 곧 잡히게 된다. 결국 15년을 선고 받고 복역을 하게 되는데 그나마 어려운 가정 형편이
정상참작된 경우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형이 감옥에 간 이후 홀로 남게 된 동생이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멍에를 쓰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예전에 살인자의 누나였던가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다룬 국내 소설이
떠올랐다.
동생 나오키는 형인 츠요시의 범죄행동으로 인해 사회적 멸시와 차별을 고스란히 경험한다. 졸업도
겨우하고 의지할데가 없는데다 아직 어려 제대로된 일을 구할 수 없다. 여기에 조금 괜찮은 일을 하려고 해도 형의 존재가 밝혀지면 모두가 그를
꺼려한다.
살인은 그가 아니라 그의 형이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기에 자신이 꿈꾸던 음악에 대한 길도
결국 데뷔를 앞두고 취소되자 밴드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이 탈퇴를 하고 사랑하는 여자와도 헤어진다.
그러는 가운데 형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다. 자신이 감옥에서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그리고
동생에 대한 걱정을 담아 말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또 천만다행으로 그럴 기회가 생기는것 같다가도 곧이어 따라오는
살인자 형에 대한 이야기와 그 가족이라는 멍에는 참으로 버거워 보인다.
살인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가해자는 마땅히 그 죗값과 사회적 질타를 받아야 하겠지만,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도 그 가족도 미울 것이고 용서하고 싶지 않을테고 대중은 가해자의 가족에게까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이
모든 것들을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가해자의 가족은 또 어떤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 범죄 행위로 어떤 이득을 같이 누렸거나 아니면 범행을 공모했거나 동조한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