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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라니, 이 책이 국내에서 초판 출간된 시점이 2018년 12월 20일로 되어 있으니 실로 제목과 출간 시기는 딱 어울리는 셈이다. 그런데 제목이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새해를 앞둔 시점, 해피 뉴 이어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흔하게 하는 인삿말이지만 그 앞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무슨 이유일까? 이토록 괴리감이 느껴지는 두 문장이 결합하게 된 데에는 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실비 샤베르라는 한 여성. 그녀의 나이는 45세. 보통의 이 나이대 여성이라면 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이와 새해를 맞이할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고아다. 아니,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아버지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그러니 이젠 부모도 없다. 결혼을 안했고 자식은 더더군다나 없다. 연인도 없다.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45세의 자신을 입양해줄 사람이 없으니 오롯이 세상에 혼자인, 고아인 것이다. 그런 실비아는 어느 날 센 강을 산책하다 한 남자가 강으로 뛰어든 것을 보게 된다. 다행히 누군가가 그 사람을 구해준다. 그런데 이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실비아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센 강에서 의식을 잃고 있던 남자에게서 안타까움이 아닌 평화로움을 느꼈고 모두가 이 남자를 구한 의인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자신은 센 강에 뛰어 들 용기를 가진 그 남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이 상황에서 실비아는 자살만이 지금의 외로운 자신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게 되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바로 크리스마스 날에 말이다.
독특한 설정이자 어찌보면 모두가 서로의 행복을 비는 그날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녀가 세상에 홀로 남겨진 존재라는 인식을 더욱 부각시키는 면도 없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다. 여기에 누군가에게라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실비아가 찾아간 사람이 바로 심리치료사 밖에 없다는 사실도...
그녀가 심리치료사를 찾아가고 아이러니하게도 심리치료사의 도움은 실비아로 하여금 어딘가 모르게 마지막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다.(이건 뭐 부작용인지, 순작용인지... 어쩌면 실비아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욱 후련하게 떠날 수 있게 해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책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열정이 줄어든 이들의 모습이 어쩌면 실비아라는 한 사람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녀의 상황은 좀더 극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어딘가 모르게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점차 자신의 행복은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알려주는 메시지는 제목처럼 꼭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더라도 삶이 무료하다 싶은 순간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