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안
죽어』라니... 어딘가
모르게 무심한듯 시크한 말투가 상상이 가는 제목의 이 책은 의과대학에 가서 응급의학과를 전공하고 전공대로 삶을 바쁜 나날을 보내던 저자가 10여
년 전 쯤에 동네 의원에서 일하게 된 후 이전과는 달리 너무나 평화로운(?) 곳에서 달리 할 것이 없으나 진료실은 지켜야 했기에 결국 어릴
때부터 써오던 일기를 낮에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 경우라고 한다.
성실한가 보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니 놀랍다. 어찌보면 극과 극의 직장 환경이다. 선착순 보다는
위급함의 순서대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다가 낡은 건물 2층에 자리잡은 동네 의원 진료실에서 걸어 올라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이구 소리를 먼저 내뱉는 어르신들의 문진을 하는 시간.
바쁜 나날을 살던 때에 주변에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괜찮아, 안죽어'를 유행어마냥 말하던 저자가
이제는 오히려 지루해 죽을것 같은 동네 의원실에서 생과 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할머니의 온갖 인생살이를 비롯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어주어야
하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렇게 오고가는 환자들과의 관계는 마치 이곳이 사랑방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처음 할머니들이 힘들게 병원으로 걸어들어와 처음 한다는 말이 아이구(계단을 오르는게 힘드셔서)였고
이것이 계속 반복되니 괜스레 더 짜증이 났다고도 하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맛있는거 놔두고 가시고 집 감나무에서 따왔다며 잘 풀리지도 않게
꽁꽁 묶어 비닐봉지에 감을 가져다 주시는 등의 이야기를 보면 저자와 어르신들과 관계가 어떤지 짐작하게 만든다.
저자 스스로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지만 저자의 병원을 찾는 분들은 그야말로 노인이라 불릴만한 연세의
어르신들. 그래서 누군가는 행동이 느리고 또 누군가는 보청기 없인 잘 들리지 않고 또 누군가는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어린 아이 시절을 돌이켜볼 때 지금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그때는 느릿한
행동에 짜증을 내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자신도 나이가 들어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애잔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 느림에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모습에서 어르신들을 마음에서 공경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동네 병원의 평범하지만 정감어린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잔잔한 감동을 만날 수 있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