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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한 권의 책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29인의 작품을, 그것도 역시나 우리나라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라는 기획으로 쓰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박완서 작가의 팬인 경우에도 이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모두에게도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맞아 대작가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무려 29명의 작가의 글이 실려야 하다보니 글은 상당히 짧다. 단편이라 이름붙이기에도 짧은 작품들의 모음집인데 재미만큼은 결코 부족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 이전 작품명을 알면 누군지 알게 되는 작가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작가들까지 다양한데 이는 그들이 펼쳐내는 이야기의 향연만큼이나 다채롭다.
가장 먼저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이야기는 강화길 작가의「꿈엔들 잊힐 리야」이다. 글 속 화자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5년 후의 어느 날 외갓집에 가서 회상하게 되는 외할머니와 그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회상하게 되는데 그녀가 외할아버지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또 삶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게 한다.
두 사람의 만남, 데이트, 그리고 결혼과 이어진 현실, 부부싸움, 자식들의 성장 이후 일들은 어찌보면 특별할것 없어 보인다. 다만, 그들이 부부싸움만큼은 아이들이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본어로 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 이는 훗날 돌이켜보니 자신들이 처음 만난 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몇 시간이 앉아 이야기를 나눈 그때 역시도 일본어로 대화를 했다는 사실을 상시시킴으로써 묘한 교차점을 이루게 한다.
어찌보면 서로에게 가장 빠져들던 그때와 서로를 향해 가장 날을 세우던 그때 두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어를 썼다니 말이다.
이외에도 「안아줘」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신 병원 앞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선영이란 여인의 이야기다. 어머니를 병간호하는게 힘들어 안아달라 자꾸만 조르는 어머니를 그만큼이나 밀쳐내기 바빴던 딸은 어머니의 부재 이후 어머니가 그토록 안아달라고 한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고 이제는 자신이 프리허그를 하게 된 것이다.
「쌀 배달」은 자신들도 살림이 어려운데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남편이 정작 운전을 못하면서 쌀 배달을 맡게 되자 아내가 대신 쌀을 배달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며「그리고 나」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정은이 하나 둘 입양되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이 그려져 있다.
이기호 작가의「다시 봄」은 뭔가 서글프다. 어려운 형편에 아이가 마트에서 바라보고 있던 레고를 회식 후 술김에 사와버린 남자가 아내의 성화에 아들 녀석과 이것을 다시 가져다주는 길을 그려냈는데 레고가 참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아이가 벌써 자신의 가정형편을 알아버리고 자조섞인 음성으로 필요없는 척 이야기하지만 결국 마트로 가는 길에 눈물을 보이고마는 장면에선 서글픔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뭔가 그저 레고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레고는 그저 상징적인 물건일뿐 다른 물건을 살 때 역시도 어려운 형편에 이걸 사면 어떻게 되나, 사고 싶으나(때로는 필요하기까지 할지라도) 사도 되나 싶은 내적 갈등을 항상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이처럼 담담한 것도 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고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 결코 우리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임을 알게 한다. 그래서 짧지만 묵직하게 다가오고 긴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새삼 작가는 다르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도 만들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