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무탈한 오늘』. 무탈하다는 말이 이렇게 큰 무게를 가지는 말인지 예전에는 몰랐던것 같다. 아무 탈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는 것이 지루한 일상과는 또다른, 아니 완전히 다른 말임을 이제는 안다.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사건사고가 터지고 또 내가 의도치 않은 순간 그 사건의 중심에 있을수도 있음을 알게 되면서 외출하는 가족들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절로 느껴지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바로 이 책을 통해서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가구공방 애프터문의 디렉터이다. 어떤 이유로 스물두 살에 대학에 퇴학당했는지 알 순 없지만 다시 들어간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했고 그 과정에서 동물들이 실험에 사용되는 것을 목격하고 힘들어 한다.

 

그리고 암에 걸렸고 수술을 한 뒤 보통의 암환자가 하는 치료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안온한 일상을 살고 싶다는 마음의 실천로 대신하게 된다. 다행히도 저자는 이후 소위 암환자에게 완치라고 표현되는 5년의 시간을 잘 보내게 되고 이제는 가구공방에서 일하고 또 많은 유기견과 유기묘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겨 있다. 정말 많은 개와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데 그중에서 어느새 그들의 삶으로 들어 와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것마냥 지내는 경우도 있고 유기견으로 생을 살다 안락사를 당하기 직전 데려 온 경우도 있고 주인에게 버림받았다가 동네 주민이 데려와 키웠으나 큰 보살핌을 주기 보단 밥을 주는 정도였던 경우도 있다.

 

그중 상근이(개)의 경우를 보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을 그 마을 주민이 키웠던 경우로 어떤 악의는 없었으나 세심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경우로 부부가 함께 조금씩 돌보다 이후 심장사사충에 걸려서 상태가 심각해지고 오랜 시간을 살지 못하는 판정을 받게 되자 남은 시간만큼은 잘 돌보고픈 마음에 데려온 경우다.

 

이외에도 하나같이 사연 많은 녀석들이고 외롭고 보살핌이 필요했던 녀석들이다. 참 신기한 것이 녀석들은 어떻게도 자신에게 사랑과 관심을 줄만한 사람을 찾아서 오는지 궁금하다. 은근히 들어와서는 어느새 자리를 잡고 새끼를 낳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는 녀석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때로는 이별을 겪기도 하고 또 떠난 녀석이 남긴 새로운 식구들과의 이야기를 잔잔히 담아내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읽어보고 있노라면 '무탈한 하루하루'가 지니는 의미를 절로 깨닫게 된다.

 

덧붙여 자신의 가구와 그 안에 담긴 사람 이야기도 함께 실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또 감동적이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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