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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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의 작품 중 읽은 것은 『그랜드마더스』가 유일무이한것 같다. 그러다 최근 『19호실로 가다』의 이야기를 보면서 상당히 흥미로웠고 이때 소개되지 못했던 단편 9편을 묶어 곧 출간된다는 소식에 기다리고 있던 작품이 바로 『사랑하는 습관』이였다.

 

가장 먼저 나오는 표제작이기도 한 「사랑하는 습관」은 그야말로 습관처럼 사랑을 하는 이야기로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중독된것마냥 마치 사랑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인물인가 싶은 조지라는 남자가 나온다.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진짜 사랑하는 건 상대방일까 아니면 그게 누구든 사랑을 하는 그 순간일까 싶어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지에게 이렇게 말했던 보비 역시도 조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동굴을 지나서」는 드리스 레싱이 실제로 남프랑스에서 본 영국 소년을 통해서 쓰게 된 작품으로 자기 보다 나이가 많은 무리에 어울리기 위해 자신을 그들의 기준에 맞추고자 노력하던 소년은 오히려 어느 순간 이제는 그들이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는 이야기로 소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해버린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스탈린이 죽은 날」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은데 스탈린이 죽기 직전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로 어찌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단편으로 그려내는 저자의 재치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대범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이 책에 실린 다른 단편들과는 궤도를 달리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소설이였던것 같다.

 

「그 남자」는 애니라는 여성이 바람을 피운 남편 롭과 결국 이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롭에 대한 마음이 여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며 「다른 여자」는 불행은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로즈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부모님을 교통사고와 전쟁으로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남자 지미를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지미는 전부인과의 이혼 후에도 로즈에게 결혼에 말하기는 커녕 제목 그대로 로즈가 아닌 다른 여자와 만나는 이야기로 어찌보면 두 이야기는 그 주인공만 다를 뿐 사랑이 뭔지를 싶은 그런 생각이 들게 한 단편들이다. 그래서 왠지 둘은 다른 이야기이나 동질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에 실려 있는 「낙원에 뜬 신의 눈」는 이 단편들의 배경이라고 알려진 제2차세계대전이 가장 잘 느껴지는 소설로, 영국 출신의 두 의사가 독일에 있는 작은 마을로 휴가를 떠난 뒤 겪게 되는 이야기로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 그럼에도 미움을 품지 않으려 하는 모습, 하지만 자신들이 간 마을 사람들이 보인 행태, 그리고 두 의사가 만난 독일인 의사에 의해 행해졌다고 의심되는 끔찍한 일들과 그에 대한 연민까지, 어찌보면 개인 대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스탈린이 죽은 날」과 함께 가장 정치적인 분위기를 띄는 작품이 아닐까 싶고 9편의 작품 중에서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 전쟁의 폐해와 나치의 만행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약간은 통속적인 소설처럼 느껴진 경우도 있지만 다분히 정치색도 띄는 단편도 있었던만큼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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