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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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는 그 즈음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테고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이번에 소개할 『역랑』은 바로 그 작품의 이주호 작가가 무려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단연코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작품 역시도 어찌보면 하나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픽션이긴 하지만 분명 흥미로운것은 사실이다.

 

주인공은 사야가라는 일본의 조총부대의 부대장이였던 인물로 이순신이 그의 항왜(조선에 귀화한 일본군)에 공을 들였다고 서술된다. 도입부는 1593년 2월의 행주를 배경으로 전라 순찰사였던 권율과 사야가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이때는 일본군이 평양성을 점령했으나 조선군과 명군의 반격으로 철수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벽제관에서 명군을 격파한 뒤 다시 행주산성에서 그야말로 격전을 치를 준비를 하는 가운데 권율 역시 일본군을 공격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차였다.


이야기는 사야가(히로)라는 인물의 현재, 그리고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어찌보면 일본의 전쟁영웅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의 삶 자체가 참 극적이라 여겨진다. 한편으로는 이런 그가 조선으로 귀화해 일본군을 격파하는 공을 세우는 이야기는 영화 <명량>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크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조선을 침략했던 (일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전쟁영웅이였던 도요코미 히데요시와 항왜인 사야가의 절묘한 비교는 독특하다. 어찌보면 일본인 vs 일본인의 대결인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피폐해진 때에도 그 상황을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존재했고 전쟁 고아들을 모아서 용병 부대로 키우려는 사람들의 손에 넘겨진 사가야는 비록 태어날 때부터 천식으로 몸이 약했는데 조선에서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집안이 몰락한 가운데 일본인의 손에 의해 일본으로 옮겨져 살아난 경우다.

 

그렇게 전쟁 고아들과 함께 자랐으나 명석한 두뇌로 조총에 대한 연구를 했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의 손에서 자랐고 그들에 의해 김석운이라는 이름 대신 히로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그는 결국 일본에서도 조선에서도 이방인이나 다름없었고 이는 그로 하여금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만들었다.

 

오다 노부다의 집안에서 용병 부대로 키워졌던 그가 조총에 대한 뛰어난 기술 덕분에 노부다는 전쟁에서 승승장구하게 되고 이는 덩달아 사야가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다. 그럴수록 사야가를 자기 수하에 두려는 사람들도 덩달아 많아지게 되었고 그중 한 명이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던 것이다.

 

사야가를 필요로했던 히데요시의 탐욕과 파괴로 인해 결국 그의 제안을 수락할 수 밖에 없었던 사야가의 운명을 그려낸 이 작품은 이주호 작가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들에겐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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