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모지스씨의 일상은 평범한듯 하면서도 특별하다. 아내 놀라가 세상을 떠난 육개월 째에 이르렀지만
그는 날마다 놀라와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다. 놀라가 묻혀 있는 묘지에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전히 사랑하는, 그리운 마음에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놀라에게 가기 전
그는 아내와 같은 묘지에 묻혀 있는 다른 사람들이 묘비를 보며 그 사람들의 생전의 삶을 떠올려 보기 때문이다.
은퇴 전까지 공원 관리자로 일했던 아서 씨는 다정다감함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타인에게도 애정이 있는
분으로 바로 이런 애정이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묘비 속 주인공의 생전 삶을 짐작케하고 또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죽음의 분위기가 가득한 공간인 묘지가 아서 씨에는 더없이 고요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어버렸고
하루 일과 중 아내를 찾아가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고 결코 슬프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 아서 씨만 찾아온다고 생각한 묘지에 그를 제외한 또다른 사람이
찾아온다. 그 사람은 바로 매디라는 십대 소녀. 매디는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여기에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난지 보름 만에
잃은 뒤로 아버지와 함께 살아오면서 제대로된 가족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서도 따듯함을 느끼지 못하는 매디의 마음이 참으로 황량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 매디에게 묘지는 아서 씨와는 또다른 의미의 위로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만난 두 사람. 아서
씨는 평소의 모습대로 매디에게 친절함을 보이고 어디에서도 이런 마음을 받지 못했던 매디는 비록 남인 아서 씨와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눈다. 여기에 다소 발랄한(?) 이미지의 루실이라는 인물까지 합세하면서 그 어떤 끈으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던 세 사람은 그 어떤 가족보다
끈끈한 애정을 나눈다.
어쩌면 세 사람 모두 그저 말뿐인 가족이 아니라 진짜 애정과 관심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했던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였던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이상으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도입부가 그러했든 전반적인 분위기는 잔잔하다. 마치 표지 속 아서 씨의 표정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감동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던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