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다보니 더욱 눈길이 갔던 책,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 표지 속 에펠탑이 마치
노을을 등지고 있는것 같아 더욱 감상적으로 보이는 책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쥘리에트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지하철을
타고 자신이 일하는 부동산 사무소를 출근한다. 그나마 일상의 활력소 같은 일이라면 지하철에 앉거나 또는 손잡이를 잡고 매달려서 주변의 책 읽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미식가 같은 자세로 그에는 어울리지 않게 곤충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남자,
분명 연애 중일 것이라 짐작하게 만드는 연애 소설을 읽는 여자 등 그 대상은 다양하다. 어쩌면 길에서 마주했을 때 딱히 특징이 없는 평범한
모습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치겠지만 지하철에서 늘 입던 옷차림이라든가 읽던 책을 가지고 있다면 한눈에 알아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쥘리에트가
그들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책을 읽는 모습 때문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같이 반복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선택을 하는 쥘리에트. 그것은 바로
평소 내리던 정거장이 아니라 두 정거장 전에 내린 그녀가 평소와 다르게 출근하던 그때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마치 어딘가 미지의 세계로
이끌리듯 그녀는 소녀를 따라 가게 되고 다다른 곳에서 '무한 도서 협회'이 적힌 곳에서 멈춘다.
이름에 걸맞게 그곳에는 정말 무한한 도서들이 있는것만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역시나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솔리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다. 게다가 솔리망은 쥘리에트에게 의뭉스러운 말을 하게 되는데 이는바로
그녀가 전달자라는 것이다.
마치 퍼스널 쇼퍼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VIP 고객을 위해 맞춤형 쇼핑을 제안하듯 전달자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주는 것인데 그저 유명하거나 인기 도서를 추천해주는 것이 아니라 맞춤 정장을 입혀주듯
그들이 감정, 현재 상황 등에 딱 맞어떨어지는 책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분명 많은 책을 읽었고 또 각각의 책이 지닌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왜 그 사람에게 이 책이 어울리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 공감능력일지도 모른다. 어딘가 모르게 최근에 읽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것은 책이라는 것이 생명력을 지녀 마치 인간 대 책을 서로 매칭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쥘리에트가 이 책에서는 '전달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왠지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공간이기도 한 대도시 파리에, 이토록
미스터리하고 신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지극히 비현실적이나 동시에 이런 곳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만 보이는 공간으로서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며 만약 무한 도서 협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전달자인 쥘리에트는 나에겐 어떤 책을 추천해줄까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