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떠니. 자랑, 좋아하니? 그래 좋아! 좋지, 좋아한다 치자. 좋아하지 않는 것보단 보기 좋으니까? 그래, 자랑이! 자랑을! 자랑은! 뭘까? 솔직히 말해, 자랑하는 법 따로 있다? 노골적인 거 좋다는 사람 따로 있고 싫다는 사람 따로 있듯이 비위장단 할 거 없이 그냥 상징이나마 잘 갖춰서 놀면 끝. 끝? 끝!


그래, 늦었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그래 늦었다. 방법을 모를 리 없잖아? 잘 놀아보라는 폭언도 아까워. 그렇다면 난. 이제 와 보니 너무 늦은 게 분명해. 보고 들은 게 있으니 따라나 해보자고? 이거 참 이러지 마시지. 같잖다는 걸 왜 모르겠나. 그렇게라도 싫다면 의리는 남겨두겠지만, 싫다는데 아무 것도 소용은 없으니 남겨둘 것도 없지. 그러니까 널 응원해. 널 응원해 마지 않아. 정말이야. 이것마저 싫은 게 아니라면 내 응원을 받아. 널 응원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것도 없어.  


심자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정말 그 이름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은 누구나 자존을 앓을 나이라서 자존을 잃을 일이 허다했고 누구나 그 정도는 알고 있었는지 잘도 참았다는 생각입니다. 책걸상 사이를 누비고 다녔던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아득하게 명랑했는지 그 자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아름다운 얼굴에 다리를 절던 소녀였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이 그녀의 다리를, 아니 그녀의 다리가 아름다운 얼굴을 더 아름답게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다름 아닌 불편한 다리에 있었음을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가, 아니 그녀가 처음부터 아름다운 얼굴이었는지 처음으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 채 졸업을 했습니다. 우린 모두 학교를 떠났고 다들 서로를 잊은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밤, 생각해보니 그녀는 나를 친구로 알기나 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기억합니다. 아름다운 얼굴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 기억이 그렇다면. 지금 그녀는 과연 다른 평범했던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인가.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을 것임을. 강렬한 존재로서 기억되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의 빛에 자신의 눈이 멀고 마는 것이죠. 그것이 스스로 의도했든 아니든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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