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거의 처음이다. 그 대화를 옆방에서 또 아이가 듣고 있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어색함을 간신히 누르고 행여 상처가 될까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던 것 같다. 부끄러웠다.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아야 하는데 아이가 이미 알고 있었다. 엄마한테 그런 걸 기대해선 안된다는 걸. 모레부터 독서실 다니는 걸로 했다. 기운없는 것도 모자라 두려움을 감추느라 애쓰는 걸 보고 말았다. 내가 강해져야 한다. 힘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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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7-02-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달수와 고담이가 쌍두마차로 지켜보고 있군요!
포스는 고담양이 갑인데 실세는 고달수가 갑이라지요^^
자 우리 함께 힘냅시다!

컨디션 2017-02-13 10:38   좋아요 0 | URL
네, 힘내야지요. 힘! ㅎㅎ

고담이의 포스와 고달수의 실세를 똭! 알아보시는군요. 역쉬 오랜 집사의 혜안과 눈썰미십니다.^^

2017-03-01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1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리와 런던을 가보지도 못하고 죽을 확률은 그렇다 치고 내가 사는 인근 파출소의 앞길에서 취객을 만날 가능성은 없지 않아 조금 있는 내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읽고 있다.

박근혜 탄핵 가결이 정기국회 마지막날 이루어진 사실을 생중계로 들으면서 치직거리는 소음을 피해 채널을 돌리느라 몇 번의 다리와 몇 개의 국도와 지방도를 달려왔던 어제 오후의 햇살.

아들이 4박5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느라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가고 있을 때 나와 남편은, 아니 나는 남편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손에 들고 운동장 옆길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모습을 차 안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진천의 어느 시골 초등학교였다.

의정부 터미널에 막 도착한 아들이 탄핵 뉴스를 봤는지 다음에 있을 포상휴가(젖먹던 힘으로 얻어낸)에 대해 걱정해왔다. 우리의 답변은 걱정 말고 있어라.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조지오웰이 왜 훌륭한 작가이며, 얼마나 뛰어난지는 이미 누구나 인정한다. 그리고 거기엔 차마 말할 수 없는 작가들의 부끄러움도 함께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작가란 모름지기 완벽한 인격체로 남아야한다는 강박을 경멸해왔고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요즘와서 조금 달라졌다. 훌륭해야한다는 강박은 당연히 없다. 그러나 글을 쓸 때 자신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과 이반되는 사회적 정치적 지점과 만났을 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는 순간 이미 끝났다고 본다. 인기있는 작가는 될 수 있을지 모르나(그것이 지상최대의 목표라면 할 말 없다) 좋은 작가는 될 수 없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 그 어떤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조지오웰은 고민을 한 것 같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놓고. 하지만 나는 내 주장을 조금 양보해서라도 그가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적어도 그는, 무엇을 쓸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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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12-10 11:33   좋아요 2 | URL
군대 첫휴가 나온 아들. 맛있는 거 해주고 하고 싶은거(노는 거?) 하라고 돈 주는 것보다 어려운 게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4박5일이면 뭘해요. 얼굴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요. 부모형제는 뒷전이고ㅠㅠ친구들 만나러 다니느라..
의정부에서 또 버스 타고 들어가야하는 곳이더라구요. 완전 최전방은 아니고요.
춥긴 해도 견딜만한 날씨예요. 주말 잘 보내시길~^^

2016-12-10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12-10 11:41   좋아요 2 | URL
파리 런던 가고싶어도 못가는 사람이 어디 저뿐이겠어요. 어딜 가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도요. 일러주신 앗제(금시초문입니다만..) 작품, 꼭한번 찾아볼게요.
맞습니다, 해외여행 못간다고해서 기죽고살고 싶진 않아요. 기죽을 게 따로 있지 고작 그런 걸로 기죽을 필요는 없지요. 님의 이런 속시원한 워딩. 정말 좋습니다^^

서니데이 2016-12-13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고달수(고백수라고 해서 미안.^^;)씨도 이제 어른스러운 얼굴이.^^
컨디션님댁 고양이들은 사진 잘 찍어주시나 봅니다.^^
컨디션님 좋은밤되세요.^^

컨디션 2016-12-13 01:27   좋아요 2 | URL
고달수도 알 거예요. 자기의 또다른 별칭이 고백수라는 것을요.^^
얘네들 사진 요즘같은 겨울이나 되니 그나마 찍어주는 거예요.ㅎㅎ 저야말로 백수나 다름없게시리 겨울 방콕생활을 하다보니 고양이 둘 털 날리는 거나 감상하고 있어요.ㅠ
서니데이님도 좋은 꿈 꾸세요^^
 

오늘은 동양천막사에서 사과 따는 가방을 샀다. 열 개 만원이고 만원을 주고 열 개를 더 샀다. 내일은 가방이 많이 필요하다. 평균 연령 60세인 분들과 함께 일하기로 한 날이다. 고향식당에서 5000원짜리 점심 배달도 가능하기 때문에 난 정말 신세 편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틀 가량을 하고 나면 올해 농사의 끝자락, 그 서막이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한 열흘을 보내다보면 어느덧 첫눈도 내리겠지. 첫눈이 내리면 뭘 할까. 정말 그땐 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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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1-16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등반 하시기로 하셨잖아요!!ㅋㅋ

근데 고양이가 많이 컸어요
저런 곳에 우아하게 앉을 줄도 알고 말이죠ㅋㅋ

컨디션 2016-11-16 22:38   좋아요 1 | URL
아, 맞네요. 지리산이 있었네요^^
빨래 건조대를 놀이터 정글짐으로 만드는 놀라운 스킬ㅋㅋ 그러니 사실은 우아와는 거리가 먼 녀석이예요.ㅎㅎ

한수철 2016-11-16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확 시기구먼요.^^ (미리) 수고 많으셨어요.

‘고향식당‘, ‘5000원‘ 등등의 언어가 돌연히 식욕을 자극하는 성싶습니다. T.T

그런데 저녀석은(이름이?)

제 아우가 명절 때마다 데리고 오는 두 녀석 중 하나와 비슷하게 생겨서 관심이 가네요.

뭐, 그렇다고요.

..........

컨디션 2016-11-16 22:47   좋아요 1 | URL
수확이 수학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느라 뼛속까지 농부되기도 참 글렀지 싶어요.ㅎㅎ
수고했다고 말해주셔서 참 고맙고 정겹고 따뜻하고...또..^^
고향식당은 사과밭 동네 인근의 작은(?)식당인데 요즘같은 바쁜 철에는 점심손님이 많아 배달하랴 서빙하랴 정신없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이런 얘기를 왜 제가 하는 거죠?ㅜㅜ)

고달수예요.
고양이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으시는 줄 아는데, 아우되시는 분도(근데 왜 동생이라 안하시고 아우라고 하시는지..~^) 고양이가 두 마리로군요^^

저도 뭐 그렇다구요.ㅎ

yureka01 2016-11-16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농삿일 고생하셨습니다..

컨디션 2016-11-16 22:49   좋아요 2 | URL
농사중에서도 가장 고생길이 훤한 농사를 아주 훤하게 마무리 하고있습니다.ㅎㅎ 감사해요^^

2016-11-16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6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정합니다.

 

 

얘는 씀바귀가 아닌 고들빼기입니다.

 

 

 

 

 

 

얘가 씀바귀입니다.

 

 

 

 

 

따라서 얘는 고들빼기구요.

 

 

 

 

 

그리고 얘는...

 

 

 

여전히 모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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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0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식쟁이 2016-05-1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것과 반대로.. 첫번째가 고들빼기, 두번째가 씀바귀 같아요. 잎을봐야 구분이 쉽던데요.. ^^;

컨디션 2016-05-10 21:25   좋아요 1 | URL
네, 말씀하신대로 첫번째가 고들빼기 두번째가 씀바귀 맞습니다. ^^ 둘이 너무너무 비슷한데 오늘 찾아보니, 잎모양도 확실히 다르지만 꽃만 보고도 구분하는 결정적 포인트가 있더라구요. 고들빼기는 가운데 수술도 노란색인데 씀바귀는 까뭇까뭇하다는 점.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 기분이네요. 감사해요.^^

무식쟁이 2016-05-1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 다시보니 맞게말씀하셨네요. ^^;; 사진과 글이 아래위로 잘못 붙어보여서;;
이글에서도 제가 선무당짓을.. 쿨럭..

컨디션 2016-05-10 21:5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사실은, 그러셨나보다 알아채긴 햇어요. 제눈에도 그렇게 보여요. pc로 올릴 때는 안그렇게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폰으로 보니까 그러네요. 사진 밑에 꽃이름이 엉뚱하게 올라붙어(?) 있으니 말이예요.

선무당 아니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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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6-05-1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꽃, 별꽃속에 봄맞이꽃도 보이고요. 방가지똥(?) , 냉이종류(?), 맨마지막은 뽀리뱅이가 아닌지.. ^^;
연둣빛 풀들이 참.. 애기같네요. ^^

컨디션 2016-05-10 21:29   좋아요 0 | URL
별꽃 옆에 보이는 흰꽃잎 다섯개짜리가 봄맞이꽃이군요. 우와 그리고 방가지똥, 뽀리뱅이.. 당장 찿아볼게요. ^^

무식쟁이 2016-05-10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사과나무랑 사시는 분께 제가 주제도 모르고.. --;;

컨디션 2016-05-10 21:53   좋아요 0 | URL
무슨 그런 말씀을요..^^ 제가 갖고있는 식물도감에는 아무리 봐도 없는 거예요. 뽀리뱅이니 방가지똥이니 하는 이름조차 없는 거예요.. 인터넷 있는데 찾으려고 들면 뭘 못찾겠냐고들 하지만, 저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그래도 비빌 언덕이 조금이라도 있어야겠더라구요. 그러니 저로선 이런 댓글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