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주말처럼 오전에 운동을 마치고,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한 후, logos의 헌책을 둘러보다가 모처럼 맘을 먹고 책 몇권 - 중에서 가죽으로 제본된 Dubliners와 Hawthorne의 단편집은 헌책인 주제에 30-50불 사이를 호가한다 - 을 샀다.  다운타운에 있던 Borders서점이 망한 후부터는 어디엔가 틀어박혀서 차분하게 커피 한잔과 함께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적어도 이 부근에는.  Starbucks나 Peets모두 카페가 되어서 그런지, 쉴새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어서 분위기가 영 아니고, 커피는 맛있지만서도. 

 

생각다못해, 다시 집으로 들어오면서 근처 마트에 들려서 맥주 몇 병을 차우멘과 함께 사가지고 들어와 뒷뜰에 앉아서 어제부턴가 읽던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이어서 읽고 있다.  살짝 buzz가 오니 따뜻한 오후에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며 기분이 조쿠려~~~

 

어젯밤엔가 노르웨이의 숲에서 Blue Light Yokohama란 노래가 어쩌고 하길래, youtube에서 찾아보았더니 뜻밖에도 괜찮은 노래였다.  지금도 계속 듣고 있는데, 1968년에 일본 열도를 흔들어 놓은, 소위 대박이 났던 노래라고 한다.  68년의 아리따운 가수는 이제 할머니가 되어 기모노를 입고 말라 비틀어진 목소리로 과거의 영광을 노래하고 있긴 하지만 - 그래서 옛날 화면 캡쳐로만 듣고 있다.  신기한 인연이다.  책에서 책으로 연결되고, 작가에서 작가로 연결되는 일은 있지만, 책에서 노래로 연결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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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7-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르웨이의 숲. 아직 안 보고 아껴두고 있는 책이네요.
트란님이 다 읽고 리뷰 쓰시면,
그래서 마음이 동하면 저도 따라 읽을까요? ㅎㅎㅎ

하루키 책 읽다보면 음악도 같이 듣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어요. 하루키 책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느낌.

transient-guest 2012-07-24 00:47   좋아요 0 | URL
엊그제 노르웨이의 숲 다 읽었어요. 상실의 시대를 2번 읽었으니까 모두 3번 읽은 셈인데, 확실히 처음보다는 뭐가 좀 보이긴해요. '마의 산'에서 살짝 빌려온 듯한 모티브도 보이고 (이건 작품에서 힌트가 주어져요). 어떤 리뷰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확실히 Fitzgerald가 많이 느껴져요. 그러고보니 Midnight in Paris란 영화도 재미있게 봤네요, 1920년대의 예술가들이 많이 나오는.
하루키 책 읽으면서는 맥주, 위스키, 재즈, 여행, 달리기 이런거 많이 따라해보고 싶어져요.ㅋ
 

최근 2-3년간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다.  물론 추리소설 마니아면서 '경성탐정록'을 쓴 한모 작가형제에 비하면 한참 멀었지만, 내 개인적인 독서인생에서 볼 때, 정말이지 많은 추리소설을 본 것 같다.  특별한 동기는 없었고, 그냥 막연하게 재미있겠다 싶어서, 다시 잡았는데, 머리를 식혀주는 놀라운 효과를 보면서 이제는 항상 가까이 두는 쟝르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작은 요령없이 그냥 그렇게 아무 책이나 잡았지만, 지나고나니 다른 쟝르처럼 추리소설도 입문 시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는 것 같다. 

 

보통 처음에 독서를 시작하면 특정 작가나 쟝르를 target하기보다는 전집류 - 문학전집, 역사전집, 위인전기 등 - 로 시작하여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들을 섭렵하면서 독서근육을 키우게 된다.  요즘처럼 책이 쏟아져 나오지 않던 시절, 심지어는 도서대여점도 생기기 전, 작은 container봉고 트럭을 몰고 다니던 이동식 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보던 때가 생각나는데, 역시 이 때에는 전집류가 유년기 영장류 최강의 독서 아이템이었던 듯 싶다. 

 

어쨌든, 전집류 과정을 통과하고 나면, 대략 자기가 좋아하는 쟝르나 작가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독서인생의 시작인 셈인데, 예를들면, 전집류로 읽은 책을 제대로 된 번역본으로 사서 보는 것, 전집에서 reference된 작가나 책을 찾아보는 것 등에서 점차 active하게 책과 작가를 찾아다니면서 읽게 되는 것이고, 이후로는 독자적인 방법과 시스템을 구축하여 독서와 장서수집 또는 도서관 출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추리소설에 있어서 위의 전집류에 해당하는 시리즈를 하나 꼽는다면 주저없이 '동서문화사'의 '동서 미스터르 북스'를 추천하고 싶다.  200권으로 이루어진 이 셋트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추리소설, 탐정소설, 활극, 전쟁소설등이 선별되어 있다.  내가 란포나 세이초, 아니 일본의 고전 추리소설을 만난 경로도 이를 통해서이고, 브라운 신부와도 근 20여년만에 다시 만난 것도 이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값도 한국 기준으로는 매우 싼 편인데, 대부분 나온지 좀 되어 세일폭도 꽤 크다.  이 책들을 보면서 흥미가 가는 작가가 생기면, 다시 단행본으로 나온 특정 작가를 찾아서 독서의 범위를 넓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타 출판사에서 나온 '브라운 신부' 전집, '란포 단편집' 또는 '세이초 전단편집' 등으로 넓혀 간 것인데, 지금은 엘러리 퀸 시리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몇 권을 다시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여왕폐하 율리시즈호는 전쟁소설인데, 이 책이 아니었으면 나는 예전에 나온 2차대전 영화로만 알고 있었던 '나바론'이 소설인지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문신살인사건의 경우 작가의 다른 작품은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아는데, 매우 특이한 문신에 대한 표현과 살인전개가 기억에 남는다.  특별요리는 well, 단편모음집인데, 특별요리...과연 무엇일까?

 

이들 외에도

 

 

 

 

 

 

 

 

 

 

 

 

 

 

알랭 드롱이 주연했던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원작은 저 유명한 Talented Mr. Ripley였다.  맷 데이먼과 쥬드 로, 그리고 귀네스 펠트로가 주연한 Talented Mr. Ripley는 그러니까 remake인 셈이다.  어쩐지 영화를 볼 때, 고풍스러운 무엇인가가 있다고 느껴졌었다 (시대적인 배경 외에도). 

 

너무도 재미있게 보았던 멜 깁슨의 Payback의 원작인 인간사냥.  역시 동서 미스터리 북스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우연한 기회에 특별한 이유없이 - 아마도 값이 좀더 쌌었던가? - 산 책이었는데, 이런 유쾌한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무궁무진한 영화의 source가 되는 서양의 문학/소설 infra를 부럽게 한 책이기도 하다.

 

 

 

 

 

finally,

 

Issac Asimov형님의 추리소설이다.  일종의 외도였던 셈인데, 나중에 읽는 그의 자서전을 보니 자신이 속해있던 추리소설가 친목그룹을 모티브로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룹 이름이 Baker Street Boys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물론 이는 코난도일과 홈즈를 기념한 것이다. 

 

Asimov의 자서전은 Logos에서 구했는데, 정식 출판본이 아니라 editor의 review용으로 pre-print되어 나온, 다소 희귀한 판본이다.  투박한 종이커버로 I, Asimov라고 써있고, 리뷰용이라는 문구만 붙어있는데, 아마 정식 출판본과 약간 내용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특정한 작가군 외에도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은데서 특별한 책을 만나고 싶다면 약간은 옛 시대적이지만, 이런 전집류의 approach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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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짜장면을 맛보지 못한지 오래다.  여기야 뭐 워낙 좀 그렇지만, 교민으로 미어 터진다는 Los Angeles일대 (뭉뜽그려서 남가주 = 남켈리포니아)에서도 특별히 내 입맛을 자극할만한 곳은 못 봤다.  아니, LA나 NY일대는 교민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맛도 방식도 한국의 유행이 그대로 수입된다고 보면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맛없는 짜장면은 요즘 한국의 동네 중화요리 식당만큼이나 널렸다.  즉 예전의 맛을 그대로 내는 곳은 여기도 없다는 것.  아마도 한국의 지방 어디, 아니면 제주도라도 가야 옛날식의 맛있는 짜장면을 먹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자는 화상이 물러난 자리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화요리집이 늘어나면서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볼땐 전반적으로 낮아진 음식재료의 질과 이에 비례한 주방장 또는 주인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대륙의 일반적인 위생이나 음식에 대한, 아니 사회적인 인식을 보면, 화상이 주인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정성스러운 맛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듯.  역시 시대가, 세태가, 사회가 변한 탓일까?  자본주의의 극을 달리는 21세기 초엽, 짜장면 하나 제대로 먹을 곳이 없다니. 

 

7월은 언제가 한가했다.  예전에 다니던 사무실이 오너의 골프행각으로 downsize되기 전, 무척 바쁘던 때에도 7월은 한가했다.  나에게 사무실을 맡겨놓고 오너가 한 달씩 휴가를 가도 될 정도로 말이다.  즉 하던 케이스를 이어서 maintain하고 update하는 정도의 일이 7월의 주 업무가 된 적이 많았는데, 신생인 나의 사무실은 maintain하거나 update할만큼 많은 케이스가 없다.  아직은. 

 

한가한 덕에, 벼르던 방정리와 책정리를 시작하여 IKEA에서 bookcase로 쓸 장식장 두 개를 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조립을 마친 후 한쪽 벽에 세워놓았다.  요녀석들이다.

 

 

출처: http://www.ikea.com/us/en/catalog/products/80071319/

 

이거 두 개면 2-3겹으로 책을 넣을 수 있는데, 보다시피 각 칸이 좁아서 파티클임에도 불구하고 잘 휘지 않는다.  수많은 책장들을 섭렵한 끝에 pine나무나 oak로 만든 책장 다음으로 꽤 쓸만한 제품이다.  물론 가정집에다 들여놓으면 모양이 좀 별로인데 - 경험상 안다 - 사무실의 한쪽 벽에 두 개를 나란히 세워놓으니 그럭저럭 공간도 채워지고 보기에도 괜찮다.  무엇보다 앞으로 사무실을 옮겨도 - 지금의 executive suite (전화, 비서, 인터넷 등의 기본 서비스가 포함된 방 rent)을 벗어나야지 - 회의실 한켠에 세워두고 장식용 책들 - 두꺼운, 예전에 쓰던 법률서적 (지금은 필요없는) - 을 잔뜩 채울 수 있기에 두고두고 활용도가 높다고 하겠다.

 

아무튼, 이 녀석들 두 개면 두꺼운 책은 20-25권, 일반 두께의 책은 35-40권은 들어가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거의 꽉 차버렸다.  계획은 한국어 책을 모두 가져다 놓는 것이었는데, 딱 하나 정도가 모자란 분량이 아직 집에 남아있다.  그리고도 모자라서 일부 처세나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은 다른 책장에 두겹으로 꽂아 놓았다. 

 

그러고 남은 집의 책장의 자리는 게임과 animation DVD로 좀 채웠는데, 사실 박스에 담아 보관중인 만화책이 무척 많이 있기에 이들도 조금씩 열어서 꺼내어 놓았다.  덕분에 밤에 잠이 안올땐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화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 꺼낼 수 있는건 대략

 

 

 

 

 

 

 

 

 

 

 

 

 

 

이들이다.  모두 전권을 가지고 있는데, 중고책, 그것도 도서대여점의 땡처리 출신이라서 모두 보관상태가 험하다.  '수라문'이나 '짜장면'의 경우 종이질이 조악해서 벌써 테두리가 누렇게 뜨고 있다는. 

 

어제는 이들 중 '짜장면'을 오래 잡고 있었다.  은근히 쓸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자기일에 대한 자부심, 일에 연연하지 않는, 정확하게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리고 독서의 중요성 등이 그들이다.  고수와의 대결에서 마음의 평정을 잃고 패한 주인공은 삼천포의 짜장면 고수인 백기명인을 찾아가 사사를 받게 되는데, 하루에 딱 백그릇만 팔아서 백기명인이란다.  이는 돈에 연연하지 않기 위한 마음가짐이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즉,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만족하고, 나머지의 시간은 자신에게 투자하고, 또 남을 위해 일할 수 있었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나의 경우 주말이나 금요일을 활용한 pro bono work로 가능할 것 같다 (이미 시작은 했고 한 케이스를 맡았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백기명인이 엄청난 장서가라는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삼천포는 경상남도 사천시에 위치한 남해지방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백기명인은 하루에 백 그릇까지의 짜장면을 팔고, 남은 시간에는 낚시와 독서로 소일한다.  현실성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의 말에 의하면 좋은 짜장면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하니, 역시 일에 대입하여 본다면, 나의 독서는 내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idea하나는 꽤 창의적이라고 자부하는 편이긴 하다.  희안한 케이스를 맡아 성공시킨 사례가 몇 번 있는데, 아마도 무의식중에 녹아있는 어느 누군가의 글 덕분일지도 모르겠으니까.

 

짜장면.  갑자기 정말로 잘 만든 짜장면을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중국산 재료도 못 믿겠고, 이를 갖다 쓰는 중화요리 식당도 못 믿겠으니 culinary school이라도 가서 배워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나?  아니 어쩌면 중요한 회귀인지도.  산업혁명 전까지는 one person - one product의 시대였으니까.  이제 우리는 무엇인가 좋은 것을 먹고 쓰려면 직접 만드는 수 밖에 없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나른한 오후에 낮잠을 쫓는 구실로 이런 이상한 글을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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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7-2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포 우리 옆 동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주만큼이나 남해사람들이 자주가는 지방입니다. 삼천포는... 우리 옆 동네!

139달러면 대체 얼마죠? 진짜 이쁘다... ㅠㅠ

2012-07-20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1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2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맘에 드는 짜장면집 하나 찾기가 힘든 시대. 정 아쉬우면 자기가 배워 만들어 먹어야 하는 시대..
제천역 앞에 진짜 맛있는 짜장면집 있다고 제부가 갈춰줬는데 함 먹어보고 알려드릴게요. 시대를 거스르는 명인의 집인지, 그냥 제부의 입맛이 관대한 건지... 오실 순 없겠지만 일종의 증거는 되는 정보로다가...ㅎ
그나저나 백기명인 이야기 정말 맘에 드는 지난 시대풍의 만화인걸요?! 돈에 초연하고 책을 좋아하는 게 명인의 비결이라니...
삼천포,, 좋은 곳이에요. 숨은 명인이 낚시를 즐기며 살 법한 동네죠~.^^

transient-guest 2012-07-20 16:22   좋아요 0 | URL
가끔 그럴때가 있어요. 바로는 어럽지만, 조금 모아서 그냥 어디 들어갈까. 콜로라도 같은 곳 생각했는데. 삼천포 한번 고려해 봐야겠네요. 한 10년? ㅋㅋ 백기명인이 될수는 없겠지만, 낚시와 책은 저도 자신 있숨다...ㅎ

달사르 2012-07-2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포. ㅎㅎ
얼마 전, 삼천포에 가서 회를 먹었네요. 마산에서 열리는 연수회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단체로 들렀더랬죠. 정작 바다는 버스 안에서만 봤는데요. 그래도 그 아련한 느낌은, 좋던데요. 삼천포가 괜히 삼천포가 아니구나. 그랬어요.
그런 전통 짜장면 집도 삼천포엔 있겠다, 싶어집니다!

transient-guest 2012-07-24 00:42   좋아요 0 | URL
저는 하도 코미디나 농담으로 '삼천포' 운운하니까, 꽤 최근까지는 그게 진짜 동네인지 몰랐었어요.ㅋㅋ 왜, 하도 삼천포로 빠진다 어쩌고 하잖아요. 그런데서 은퇴하면 좋겠어요 이담에. ㅋ

달사르 2012-07-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앞뒤로 틔어져 있는 책장 류를 모두 expedit라고 하는 건가요? 아님 이케아의 저 제품 이름을 그냥 그렇게 부르는 건가요? 암튼, 탐이 무척 나는 책장입니다. 막 인터넷 바다를 뒤지면서 구경하고 있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2-07-24 00:44   좋아요 0 | URL
네 4x4, 5x5, 2x2 이 정도로 나오는데 모두 expedit이네요. 일반 책장은 거의 모두 Billy라고 되어있고. expedit이 잘 놓으면 비교적 좋은 값에 책을 많이 넣을 수 있어요. 특히 한쪽 벽을 채우기 좋겠네요.
 

즐겨보는 몇 개의 드라마가 있다.  언제나 심심할 때 틀면 좋은 Band of Brothers.

 

 

 

 

 

 

 

 

 

 

 

 

 

 

책 한 권 펼쳐놓고 맥주 한잔하면서 보면 좋은 고독한 미식가, 그리고 역시 같은 분위기로 보면 좋은 심야식당.  이 심야식당은 만화가 원작인데, 드라마로만 접한 작품이다.  현재 시즌 1 까지 DVD로 나와있고, 시즌 2는 기다리고 있는 상태 - 라고 썼는데, 방금 검색하니 이번 달에 나왔다.  이건 기회가 되면 구해야한다.

 

 

 

 

 

 

 

 

 

 

 

 

 

 

심야식당 시즌 1의 에피소드 1을 보면 식당 일대를 '지역기반'으로하는 야쿠자 '류'라는 케릭터가 있다.  맨 처음 식당을 찾은 날부터 줄창 칼집을 내어 문어모양으로 볶아낸 빨간 비엔나 소세지만 시켜 먹는데, 이는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음식이기 때문.  이 사연은 시즌 2의 에피소드 1에서 '다시 빨간 비엔나 소세지'라는 제목으로 밝혀진다. 

 

주구장창 쓸데없는 사설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 나도 왠지 모르게 이번 글의 제목을 '다시 하루키'라고 쓰고 싶어졌기 때문이고, 무엇인가 거창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루키를 접한 것도 남들보다 늦은 주제에, 그의 주요작품 뿐만 아니라 전작을 결심한 것도 겨우 한 두어달 전이니까, '다시 하루키'에는 '다시 빨간 비엔나 소세지'와 같은 심오한(?), 그리고 가슴아픈 사연도 없다.  그냥 제목만 차용했을 뿐이다. 

 

최근에 붙잡은 하루키의 작품들은 비교적 초기의 작품군인데, 모두 하나의 배경으로 이어져 있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장-단편과 에세이를 기웃거렸지만, 무엇인가 이어진 하나의 세계, 나아가서 추후 그의 유명작품들의 테마와 셋팅이 습작되었음을 볼 수 있는 건 이들이다.

 

전에도 한번 다루었지만, 이 작품은 하루키의 처녀작이면서, 재즈카페사장이던 그를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어느 날, 무엇인가 갑자기 자신을 위해 쓰고 싶어진 그는 이 글을 썼고, 군조신인상을 받았다.  시대적 배경은 1970 7월부터 8월까지.  내가 태어나기 전.  그리고 현 대선후보로서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고 하는 공주의 아버지가 한국을 10년째 '다스리던' 때.  

 

주인공과 친구 '쥐'는 해변의 bar - J라는 사람이 경영하는 - 에서 술을 마시고, 낮에는 해변에서 논다.  그러면서 두서없이 인생과 기타 등등을 논하고, 기회가 되면, 여자와 잔다.  

 

복잡한 문학이론적인 의미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그냥 젊은 시절,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던, 그리고 모든 것이 심드렁하던 20대 중반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은 그 거리를 떠난다.  70년대를 reference하기에 음악은 역시 pop이고, 가장 흔한 기기는 phono record player다.  미국에서는 vinyle (비닐) record로 흔히 부르는데, 나도 중학교때까지 모은 걸로 한 30-40장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물론 CD세대지만, LP판이 훨씬 좋다.  치직거리는 아날로그 사운드와 한 면이 다 돌아가면 바꾸어 주어야하는 불편함까지도.  무엇인가 낭만적이랄까.  예를 들면 - '비오는 이른 아침, 판을 올려놓고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와 '비오는 이른 아침, CD Player를 켜고 커피를 내린다'의 차이?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1970년의 어느 해변, 그리고 bar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제목처럼 1973년의 어느 시점이 시간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노르웨이늬 숲 ('상실의 시대')의 '나오코'가 처음, 도입부에 나온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내용인지, background가 같은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그녀는 '그녀'가 맞는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는 주인공과 '쥐'가 찾아다닌 핀볼머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핀볼은 흔히 외국의 전자오락실, 볼링장, 또는 bar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아날로그 오락기계라고 보면 되는데, PC로 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마치 slot machine을 PC로 돌리는 것처럼 아무런 재미를 느낄 수 없는 특이한 게임이다.  목적은 오로지 하나.  원 코인으로 오래 살아남아 점수를 높여 가는 것이다.  전자오락처럼 기승전결이 있거나, 스테이지가 지날수록 어려워지거나, boss character가 매 스테이지마다 나온다거나 하는 것도 없이, 그저 쇠구슬을 튕겨 점수를 내는 것, 그리고 공이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이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이다.  

 

주인공이 자신이 가지고 놀던 어느 특정 핀볼 기계를 찾아 헤메인다.  이 핀볼 기계는 그의 과거이며, 현재를 이어주는 소중한 그 무엇이다.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 같은 존재일까?  

 

우리는 때때로 과거를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첫 사랑처럼.  김제동이 그랬던가?  첫 사랑이 그리운 것은 그녀가 그리운게 아니라, 그 시절의 '우리'가 그리운 거라고.  그래서 그랬는지, 옛날에 또 누구는 '사람은 추억에서 만날 때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읽을 당시에는 꽤 멋지다고 느껴지는 말을 남기기도 했나부다 (르네상스라는 순정만화 잡지의 단편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과거를 현재에 다시 마주치는 것은 어느 정도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허탈하고 허무할 수 밖에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역시 추억은 추억속에 남겨두는게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facebook이나 cyworld는 가끔 너무도 먹고싶게 포장된, 그러나 결과가 두려운, 변비약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쥐'는 멀리 떠났다.

 

자.  여기서부터 조금씩 난해해진다.  굳이 문학적인 고찰이 궁금하다면 역자 후기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는 아직도 곰곰히 생각하는 중이니까.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이 역시 수십 년 후 1Q84를 출산하기 위한 시작이었을까? 

 

도대체 '양'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리고 마지막.

 

역시 좀더 발전된 형태의 1Q84 prototype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꼬마 여자애, 겹쳐진, 그리고 굴절되고 왜곡된 시공간.  이루카 호텔이라는 겹치고 닫힌, 그리고 연결된 공간.  주인공을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  누군가를 찾아가는 여정.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호한 케릭터들.  그리고 아버지-후견인.  이 아버지-후견인의 gay서생 Friday.  정리가 덜 된 1Q84의 모티브를 볼 수 있다. 

 

문학적인 후기가 궁금하다면 또 다시 역자 후기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

 

하루키의, 그리고 주인공의 13년간의 삶을 본다.  1970년 부터 1983년까지.  호오.  그 다음은 1Q84가 아닌가?  1984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놓여있는 카프카와 노르웨이의 숲.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재미있지만, 무엇인가 의미를 찾아내려면, 나 같은 둔재는 전작을 한 열 번 정도는 하고, 나이도 한 열 살은 더 먹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잘 읽었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흐리게나마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오늘 저녁에는 빨간 비엔나 소세지를 사다가 칼집을 내고, 문어모양으로 볶아서 양배추를 곁들여 아사히 맥주와 먹을지도 모르겠다.  '류'짱의 그 대사가 떠오른다.  '늘 하던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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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해류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하윤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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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진행중인 세이초 전집 번역과는 무관한 다른 출판사에서 낸 세이초의 단편 모음집이다.  같은 계열의 책으로 보고 샀는데, 세이초 전단편집과 두 작품이 겹친 것 같고, 나머지 둘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 처음 읽은 듯 싶다. 

 

그리 뛰어난 작품인들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모은 네 작품들은 모두 추리소설이다.  즉 뉴스나 르포가 아닌, 추.리.소.설.이라는 것이다.  이 점, 최근에 계속 세이초를 읽어본 결과, 나름 중요한 fact라고 생각된다.  추리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세이초는 이 안에서도 sub-genre로 분류되는 사회파 작가이기 때문에, 정통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본 많은 작품들이 documentary형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종종 보았기에 추리소설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종족동맹'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기껏 열심히 변호사여 무죄방면이 되도록 해주고, 취직까지 시켜줬더니 도리어 이를 빌미로 변호사를 협박하고 변호사의 애인을 넘보는 '새'직원이 있다.  작품 말미에 이 '새'직원을 죽이고 감옥행이라도 감수하려는 주인공 변호사의 의지가 암시되어 있는걸 보면, 어지간히 괴로운 듯.  생각해 보니, 추리보다는 약간의 법정 드라마 같은 면이 없지 않다.

 

큰 재미는 없었지만, 머리가 복잡한 요즘, 뇌를 식히는 용도로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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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7-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큐가 아닌 추리소설도 좋아요. 세이초 작품이라면 말이지요.

제가 기존의 추리소설을 좀 기피하기도 했던 이유 중 하나는요. 하나의 살인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무슨 퀴즈쇼 맞추는 것처럼 그렇게 묘사되어 있어서 부담스러웠거든요. 살인당할 수밖에 없는 사연, 살인해야만 했던 이유, 주위 사람들의 얽힘, 이런 것들이 인간적으로 와닿질 않고 재미, 로만 와닿아서 싫었거든요.

그런데 세이초 작품은 다큐추리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도가 깊어질 수 있었던 거 같애요. 세이초는 인간을 먼저 그리고자 했고, 그 '수단'으로서 추리나 다큐를 사용한 듯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세이초가 좋은 느낌이구요. 전작주의자 되고픈 마음이기도 하구요.

'종족동맹' ㅎㅎ 책 읽다 같은 직종 나오면 괜히 좀더 눈길이 가고 그러던데요. 트란님도? ^^ 저도 이거 챙겨볼께요.

transient-guest 2012-07-20 01:38   좋아요 0 | URL
세이초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타입들이죠. 수퍼캅이나 천재탐정급의 인물이 아닌.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마다 확실한 현실성이랄까 그런게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저는 홈즈나 뒤팽같은 특이한 케릭터도 좋아합니다만ㅋ

열심한 작가였던 것 같아요, 세이초는. 정력적으로 그리고 정열적으로 다 방면에 걸쳐 저술활동을 했고, 죽을때까지 달린 좀 드문 타입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읽을수록 세이초가 다르게 보이네요.

아무래도 같은 직업군, 또는 제가 흥미를 가진 직업군이 주인공으로 나오면 더 눈여겨 보게 됩니다. 변호사나, 고서적서점 주인 뭐 이런 식으로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리샴의 변호사들은 현실성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어렵죠...ㅋ